#. 본교 로스쿨에 다니는 A 씨는 부모님께 기사 링크를 하나 받았다.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로스쿨에서 벌어지는 과도한 경쟁을 다룬 기사였다. 고급 자료를 얻기 위해 남의 자료를 훔치려는 학생들, 책상 위에 펜을 둘 때 소리가 난다며 수건을 두라는 학생들. 기사에서 그려진 SKY 로스쿨은 오직 경쟁과 학점만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부모님은 기사 속 SKY 로스쿨에 재학 중인 A 씨가 걱정돼 사실 여부를 묻고자 기사를 보냈다고 말했다.

  ‘금수저 학교’, ‘경쟁’, ‘삭막함’, 대외적인 로스쿨의 이미지다. 특히 본교 로스쿨은 SKY로 묶여 살벌한  경쟁의 장인 2의 고시촌이라 비판 받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본 본교 로스쿨 학생들은 경쟁이 아닌 끈끈함이 자신들의 정체성이라고 입을 모았다.

학생회가 나서 정보 공유

  본교 로스쿨 학생회장인 박태준 (법학전문대학원) 씨는 족보 등 고급자료를 둔 경쟁은 굳이 일어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본교 로스쿨 학생이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학생회 홈페이지에 강의의 족보, 기출문제 등 공부에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를 올려두기 때문이다. 그는 한 시험이 끝나면 학생회 차원에서 학생들을 모으고 문제를 복기해 출제된 문제를 업로드하기도 한다학생회가 올리지 않은 족보나 기출 문제를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로스쿨 1학년으로 재학 중인 이모 씨는 학생회 자체가 다른 로스쿨에 비해 끈끈하고 다양한 수업들의 기출문제들을 나서서 공유해줘 공부하는데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또 박태준 회장은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필요한 정보는 공유한다며 직접 겪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한 강의에서 교수가 대법원에서 고등법원으로 3번 파기 환송된 판례를 시험문제에 내겠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교수가 판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학생들 은 3번 파기 환송된 판례를 일일이 검색해야 했다. 끝끝내 한 학생이 해당 판례를 찾았으나 혼자만 간직하지 않고 학생들과 판례번호를 공유 했다. 덕분에 모든 학생이 같은 출발선에서 시험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본교 로스쿨에서는 학생들 개인 간의 협력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다른 학교와는 달리 본교 로스쿨 학생들은 입학 직후부터 에 속하게 된다. 한 조는 15~16명 정도로 구성되는데 신입생의 생활은 이 에서 출발한다. 같은 조 안에서 스터디도 활발히 이뤄지고 공부법이나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한다. 황현운(법학전문대학원) 씨는 새내기새로배움터 때 만난 조원들과 학기 중에도 밥을 먹고 수업을 함께 듣는 경우가 많아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방학에는 예습 스터디와 법조윤리시험 준비 스터디도 조별로 많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외에 학생들 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학회 활동도 활발하다. 황현운 씨는 "학회 단위로 학술대회에 참가하거나 로펌, 공익인권사무소, 민주 노총 등 실제 현장을 방문해 실무를 경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점부터 인턴까지 큰 도움 되는 튜터링

  학생들은 경쟁보다 선후배 사이의 끈끈한 교내 문화에서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말한다. 특히 튜터링을 본교 로스쿨의 장점으로 꼽는 학생이 많았다. 로스쿨 행정실 차원에서 진행하는 공식 프로그램인 튜터링은 로스쿨에서 열리는 강의 공부를 도와주는 교과 튜터링변호사시험 튜터링으로 나뉜다. 교과 튜터링은 강의별로 튜터를 뽑는데, 지난 학기에 해당 강의에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튜터가 되거나 변호사 등 외부인사가 튜터로 활동한다. 튜터는 튜티에게 해당 강의를 공부하는 방법, 학점을 잘 받는 노하우, 필기 방법 등 고학점을 받은 자신의 비결을 공유한다. 변호사시험 튜터링의 경우 변호사시험을 통과해야만 튜터 자격을 얻는다.

  튜터 1인당 공식적으로 배정받는 튜티는 보통 7~8, 많으면 15명 정도지만 실제로는 튜티가 되기를 희망하는 모든 학생을 돌봐주고 있어 3~40명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강의와 강의 준비, 질문을 받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일이지만, 많은 학생들이 튜터가 되기를 희망한다. 현재 헌법 강의의 튜터로 활동 중인 옥경훈(법 학전문대학원) 씨는 “1학년 때 튜터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학년이 올라갔을 때 튜터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로스쿨 내에 튜터 자격이 되는 사람은 튜터를 신청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스쿨에 갓 들어온 1학년 학생들은 특히 교과목 튜터가 큰 도움이 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양한 학부생이 모이는 로스쿨의 특성상 법학 공부가 낯설어 힘겨워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어떻게 법을 공부해야 좋은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1학년 학생 40명을 튜터링 중인 이솔(법 학전문대학원) 씨는 작년 거의 모든 과목을 튜터링 받았는데 과목별 공부법은 물론 교수별 팁까지 들을 수 있었다대부분의 학생이 튜터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학교에서도 지원금을 통해 활발히 장려 중 이다고 말했다.

  ‘튜터링의 힘은 인턴 실습에서도 드러난다. 본교 로스쿨의 1, 2학년 학생들은 방학 중 로펌으로 인턴 실습을 나간다. 인턴 실습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인턴을 한 로펌으로부터 졸업을 하면 함께 일하자는 제안(컨펌)을 받기도 한다. 많은 학생이 인턴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인턴 실습을 한 로펌에서 컨펌을 받았다는 B 씨는 인턴 시작 전에 해당 로펌에서 인턴 실습 경험을 한 선배들이 실무 노하우, 갖춰야 할 복장, 현직 변호사들을 대하는 방법까지 자세히 조언해 주셨다며 선배들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연세대 경제학 부 졸업 후 본교 로스쿨에 재학 중인 C 씨는 서울대나 연세대와 비교했을 때 고대 로스쿨이 학생들 간 분위기가 확실히 좋은 편이 라며 튜터링 제도와 같이 고대 특유의 끈끈하고 잘 챙겨주는 문화가 로스쿨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내 옆에 공부하는 학생은 경쟁자이기 전에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학점 경쟁은 어쩔 수 없지만, 남을 깎아내리고 견제하며 경쟁하진 않습니다.” 법조인이 되기 위해 함께 공부하는 로스쿨 학생들, 피할 수 없는 경쟁이 있는 곳이지만, 그 속에서도 경쟁의 은 지켜지고 있다.

김보성·안수민 기자 press@

일러스트조은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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