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7 19:38 (월)
[기고] 자연계 대학원 진학 하락과 연구 동력 상실 우려돼
[기고] 자연계 대학원 진학 하락과 연구 동력 상실 우려돼
  • 고대신문
  • 승인 2019.09.2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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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고려대 산학협력단장
허준 고려대 산학협력단장

국내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시작과 전개과정

  우리나라의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1970년대에 한국과학원(현재의 KAIST에 해당) 재학생들을 보충역으로 편입하면서 시작되었으며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면서 자연계 졸업생(학사/석사/박사)들이 대기업 또는 국책 연구소 등에 취업하는 경우에 국내 산업 발전과 국책연구소의 경쟁력 향상을 목적으로 활용되었다.

  국내 대기업의 연구개발 경쟁력이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함에 따라서는 2000년대 이후 최근까지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자연계 졸업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방편으로 병역의무를 일정기간(현재 36개월) 해당 기업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면제시켜 주는 제도로 정착되어 왔다.

  산업체 경쟁력 확보와 별개로 국내 자연계 대학원에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하여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경우에 영어시험 등을 통과하면 병역특례를 위한 전문연구요원으로 편입시킴으로써 국내 자연계 대학원 진학률을 높이고 우수한 인재가 국내 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이수하는 동력으로 큰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이와같이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크게 보면 산업체 연구개발 경쟁력 발전과 자연계 석/박사 대학원 과정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여 왔다.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긍정적 효과

  현재 전문연구요원으로 편입되어 있는 숫자는 약 7900명이며 이중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3600여 명이 자연계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2018년 서울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문연구요원이 대학원 진학에 영향을 끼쳤는가하는 질문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39%, ‘영향을 미쳤다’ 41%의 응답율에서 보듯이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국내 자연계 대학원에 우수인재를 유치하는 핵심축으로써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 선호 현상이 뚜렷하고 중소 및 벤처 기업으로 취업을 망설이는 현실에 비추어 전문연구요원제도는 기술과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연구 인력난을 해결하였고, 우수 연구 인력을 일정기간 중소기업 발전에 기여하도록 강제하는데 큰 역할을 해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현재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문제점

  45년 이상 시행해온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국내 산업체와 자연계 대학원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여러 가지 문제점도 안고 있다. 전문연구요원은 해마다 약 2500명을 선발하고 있으며 이중에서 중소 및 벤처기업에 배정된 자리는 약 1000여 명이고 KAIST를 비롯한 특성화 과학기술대학에 400명의 자리를 배정하고 있으며 그 외 일반 자연계대학원에 600명의 자리가 배정되어 있다. KAIST 등과 같은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은 등록금 등의 혜택을 받는 것에 추가하여 병역특례제도에 있어서도 일반 자연계대학원에 비하여 재학생 수 대비 월등히 높은 전문연구요원 TO가 할당되어 있는 중복 혜택을 받고 있다. 자연계대학원에 배정되어 있는 600여 명의 TO도 다시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누어 선발함으로써 수도권 자연계 대학원생들은 상대적으로 매우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전문연구요원으로 선발될 수 있다.

  또한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병역제도에 대한 공정성과 형평성이 큰 이슈가 되면서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형평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문연구요원제도의 축소 논의와 제언

  최근 국방부에서 인구절벽에 의한 병역 자원의 급감에 대비하고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국민정서상 특혜로 인식되는 점 등을 이유로 많게는 70%에서 적게는 30% 정도의 인원 감축 계획 논의가 이뤄진 바 있다. 국방부의 이러한 논의는 전문연구요원을 염두에 두고 대학원에 진학하려던 많은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심어 주었으며, 대학원에 진학한 후에도 학업에 전념하지 못하고 전문연구요원 선발 시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대학원 활성화라는 원래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대부분의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풀어야 할 문제점을 동시에 안고 있다. 필자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축소 또는 폐지 논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국방부를 포함한 정부부처는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득실과 사회 전반에 파급될 영향을 신중히 고려하되 가급적 신속하게 향후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불확실성에서 오는 손실을 막아야 한다. 최근에 국가 R&D 정책에서 대학원 생활에 대한 불확실성을 축소하여 안정적으로 학업에 집중할수 있도록 방안을 확대하고 있는 것에 반하여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불확실성이 증폭되어 대학원생들의 시간적, 정서적 손실이 매우 심각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둘째, 사회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병역의 형평성 정서를 고려하여 현재의 전문연구요원 수를 무조건 축소 또는 폐지할 것이 아니라 인문계 대학원생에게도 적정 숫자의 전문연구요원 TO를 할당함으로써 인문계와 자연계 구분 없이 전문연구요원제도가 국내 대학원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개선해야한다. 인문계 대학원의 박사과정이 고사 위기에 처해있는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적정수의 전문연구요원 선발은 30년 전에 자연계 대학원을 활성화시켰던 긍정적인 바람을 인문계 대학원에 부분적으로 기대할 수 있도록 만드는 촉진제가 될 것이다.

  셋째, 전문연구요원으로 선발된 후에 1개월의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나머지 35개월 동안 연구활동에 전념하는 현행 제도를 수정하여 기초군사훈련 기간을 일정기간으로 (예를들어 3개월) 확대하되 각자의 전공을 살려서 국방의 각 분야에서 실질적인 군사력 강화에 기여하도록 개편한다. 이를 통하여 병역자원 급감에 대한 국방부의 우려를 해소하고 전문화되고 고도화된 국방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필자는 자연계 대학원생과 함께 17년 이상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생활한 경험에 비추어 전문연구요원제도가 국내 대학원 활성화에 얼마나 크게 기여하였으며 대학원 진학을 망설이는 학생에게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커다란 동력이었는지 절감하고 있다. 또한 많은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과 공동 연구개발을 수행하면서 그들이 겪고 있는 인력난과 기술적 어려움을 옆에서 안타깝게 지켜봐왔다. 그러한 점에서 45년 이상 지속되어온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하루아침에 축소 또는 폐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지적하며 함께 지혜를 모으면 축소나 폐지 이외의 방법으로도 현재의 문제점을 전부 또는 일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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