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니체는 지금도 수많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철학자다. 나치즘의 선구자, 여성 혐오주의자, 니힐리스트 등등. 그러나 생뚱맞게도 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난 후 들었던 니체와 그의 철학에 대한 인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천진난만함이다. 흔히들 니체를 힘에의 의지(Der Wille zur Macht)의 철학자라 부른다지만 나는 그 힘이란 괴벨스의 총력전 연설에서 보이는 발악적인 힘보다는 절망 속에서도 살아가려고 했던 안네의 순수 한 생명력을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그럴 때가 있지 않을까 싶다. 우연과 필연의 문제를 자신의 인생과 연결지어 묻게 되는 그런 때 말이다. 그때 나는 니체를 만나게 되었다. 우연은 때때로 참으로 무섭고 한 사람의 삶을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망가뜨리기도 한다. 누군가는 그런 우연한 고통을 필연적인 전생의 업보, 혹은 원죄라고도 부르며 그게 아니면 그냥 운이 나빴을 뿐이라 말하며 어깨를 으쓱거리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그 앞에서 무기력해지기 십상이다. 우리의 우연해 보이는 고통이 필연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든 불운에서 유래한 것일 뿐이든 우리는 그 앞에서 침울해질 수 밖에 없다.

  니체는 이러한 우연과 필연으로 이어진 좌절과 우울의 고리를 부수는 망치의 철학자다. 우연과 필연의 고리가 부서진 자리에 남은 사건들을 나의 의지라는 힘으로 끌어내 내 인생의 궤도를 타고 돌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의 역할이라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수수께끼 푸는 자, 우연을 구제하는 자. 우연의 구제는 과거에 대해 내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고 외치면서 이뤄진다. 이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신승리일까? 그렇지 않다. 이 위대한 승리는 내가 그렇게 되기를 나는 바랄 것이다!”라는 현재와 미래의 의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대는자신을 높이 던졌으나 모든 던져진 돌은 반드시 떨어지기 마련이다!”라고 말하는, 나를 절망의 수렁으로 잡아끄는 중력의 영에 대해 용기를 가지고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나의 의지로 싸울 수 있어야 한다.

  니체는 자신이 이 책으로 인류에게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물을 안겨주었다고 말했고 나는 그 선물을 기꺼이 받았다. 니체의 사상은 신선놀음이 아닌 내 삶을 바꾸는 행동지침이다. 나는 그의 망치 밑의 날카로운 정이 되고 싶다. 아니, 나만의 망치와 정이 되고 싶다. 그렇게 되어, 다시는 우울한 중력의 영의 영원회귀의 고리에 탑승하지 않도록 단단한 망치와 정으로 우울과 우연과 필연의 고리를 부수곤 그 잔해들을 내 주위로 돌게 할 것이다. 나는 고개 숙여 우는 대신 웃고 있으리라. 그 변화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김영산(정경대 경제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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