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정국이 문을 열었다. 아니, 삭발공연이 시작되었다. 조국(祖國)의 운명을 걱정하며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저지하기 위한 애국자(愛國者)들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들의 정의와 애국은 무엇인가? 교훈은 없으나 재미만 있는 킬링타임을 위한 공연에서 우리는 그 답을 찾을 수 없다. 그들이 말하는 민부론에서의 민은, 적어도 나는 아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조국과 나의 조국은 다른 것인가.

  그럼에도 나름 폭발적인 흥행을 하고 있는 이번 공연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꽤 흥미롭다. 혹시 공연을 보며 어딘가 불편한 느낌을 받지 않았는가? 일반적으로 공개 삭발은 벼랑 끝에 매달린 노동자와 학생과 같은 힘 없는 집단의 최후의 저항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이번 연출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강력한 힘을 가진 귀족정치 집단에서 그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그간의 공연에서 삭발이라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파격적인 연출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공개삭발이라는 행위에 대한 평가절하임과 동시에 기존 공개삭발의 저항의식의 참의미에 대해 곱씹게 하는 자극제이기 때문이다. 공감의 정치. 연기자들에 대한 공감을 유도하는 척하며 실제론 소외집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만약 이것이 의도된 것이라면 두 가지를 모두 곱씹게 하는 연출가의 천재성에 박수를 금할 수 없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포인트를 짚고자 한다. 혹시 공연에서 여성 연기자들과 남성 연기자들의 모습을 비교해 보았는가? 그들의 모습을 비교하며 본 공연을 바라보는 것도 꽤 유익하다. 일반적으로 머리카락을 모두 밀어버리는 삭발이라는 행위는 남성이 행할 때와 여성이 행할 때의 느낌이 다르다. 삭발한 여성의 이미지보다는 삭발한 남성의 이미지가 우리에게는 더 익숙하다. 남성의 관점에서 바라보자. 군대 때문일까? 그렇다면 이것 또한 큰 문제를 우리에게 던진 것이다. 징병을 남성에게 국가권력이 가하는 하나의 폭력이라고 바라본다면 삭발한 남성의 이미지는 국가가 고착화시킨 편견일 것이다.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보자. 여성에게 머리카락이 갖는 의미는 특별한 것 같다. 청순한 첫사랑의 이미지에는 반드시 긴 생머리가 언급되고(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다.), 샴푸 등의 머리카락과 관련된 광고에는 여성 연예인이 등장한다. 그런 여성의 삭발을 연출한 것이다. 사실 관객들의 관심이 많이 쏠린 부분이기도 하다. 이걸 통해 파격적인여성의 삭발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다. 또 하나, 여성 연기자들과 남성 연기자들의 모습을 관찰한 적 있는가? 너무나 이상한 사실을 하나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 연기자들은 화장을 했으나, 남성 연기자들은 화장을 하지 않았다. 적어도 색조화장은 하지 않은 듯하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도 여성 연기자들은 화장을 포기하지 않았다. 여성에게 화장은 의무이기 때문일까? 하필이면 그 여성 연기자들의 화장을 하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 때문일까?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그래서, 다음 연기자는 누구입니까?”

 

조성빈(사범대 교육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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