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호 사범대 교수 교육학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학(大學)은 학교의 규모나 교육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분명히 고등교육의 마당이다. 고등교육은 초·중등교육에 비해, 말 그대로 고등(高等)’ 수준의 학업을 이수한다. 그만큼 높은 차원의 지성을 구가할 때, 고등교육은 자신의 본분에 대한 자긍심을 드러낼 수 있다. 그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그런 상식이 일그러진 고등교육과 그 교육을 받은 자들의 저급한 활동이 나를 슬프게 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고등교육을 받은 존재들은 통상 한 사회의 지도급 인사로 기여해 왔고, 지금도 그런 경향은 뚜렷하다. 돈과 권력, 부와 지위, 명예 등을 담보하는 학벌이, 고등교육을 받았느냐의 여부로 가늠된다.

  문제는 고등교육을 받은 자들의 일탈(逸脫)이다. 그들이 고차원의 교육에 상응하는 재능을 발휘하기는커녕,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보다 저차원으로 타락하거나 추락하는 지점에 서성일 때, 허무함마저 밀려든다. 대한민국의 고등교육 수혜자들이, 고등 지성인이 아니라 저질스런 조무래기들처럼 유치함으로 치달을 때, 안타까운 감정조차 시들어 말라 버린다.

  그렇다고 고등교육을 받은 존재가 모든 측면에서 완벽한 인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나 자신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고, 또 어떤 영역에서는 초·중등교육을 받은 사람의 능력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자신이 전문적으로 연구한 부분 이외에는, 타인에 비해 훨씬 무지할 수 있다. 그 또한 당연한 현상이다. 문제는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일반 상식을 파괴하면서 발생한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에게 기대하는 고급 지성의 수준은 어디에 있는가? 고등교육을 받은 존재는 지적 능력은 물론이고 도덕적 수준에 이르러 정말 진지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지식인이나 지성인, 또는 배운 사람과 같은 언표에 어울리는 행위, 그 적절함과 정의로움, 훌륭함을 충실하게 담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고등교육을 받은 존재로서, 지성인으로서, 사람마다 종사하는 본분, 또는 예의’·‘염치와 연관된다.

  중국 고전 가운데 <관자(管子)>라는 책이 있다. 관자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고사인 관포지교(管鮑之交)’, 즉 관중과 포숙아가 사귐을 통해 생애를 다져나갈 때, 그 한 축인 관중(管仲)을 말한다. 관자의 언행에 관한 저술로 여겨지는 <관자>예의염치에 관한 자세한 언급이 있다. ‘예의염치는 나라를 존재하게 만드는 네 가지 핵심 강령이다. 어려운 말로는 사유(四維)’라고 한다. 그 내용의 대강은 다음과 같다.

  나라를 건전하게 지속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강령을 지켜야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실천되지 않으면 나라가 삐딱하게 기운다. 두 가지가 실천되지 않으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 세 가지가 실천되지 않으면 나라가 뒤집어진다. 네 가지가 실천되지 않으면 나라가 멸망한다. 나라가 기우는 경우에는 바로잡을 수 있고, 나라가 위태로울 때는 안정시킬 수 있으며, 나라가 뒤집어졌을 때는 일으켜 세울 수 있다. 그러나 나라가 멸망한다면 다시 세울 수 없다. 네 가지 강령은 무엇인가? 다름 아닌 (((()’이다. ‘는 절도를 넘지 않는 행위이다. ‘는 스스로 나아가기를 구하지 않는 행위이다. ‘은 잘못을 은폐하지 않는 행위이다. ‘는 그릇된 일을 따르지 않는 행위이다. 그런 만큼 사람들이여, 예의염치를 진지하게 고려하여 일상의 삶을 영위하라! 절도를 지키면 윗사람의 자리가 평안하다. 스스로 나아가기를 구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교묘한 술수를 부리거나 속이지 않는다. 잘못을 은폐하지 않으면 행실이 자연스럽게 온전해진다. 그릇된 것을 따르지 않으면 사악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나는 생각한다. 아니, 강변한다. 제발 ···를 조금이라도 생각하시라! 적어도 지성인이라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또는 약간의 실수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자신의 분야에서 기본 예의염치는 지키시라! 사회지도층 인사라는 본분에 먹칠은 하지 마시라! 리더십이라는 이름으로 간직해 왔던 희망과 열정, 그것은 민주시민이 고등교육의 수혜자들에게 부과한 지상 명령이었다. 다시 마음에 새기고, 기억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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