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시작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버텨야 해요." 강혜정 대표가 학생들에게 'Just do it' 정신을 강조했다.
"한번 시작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버텨야 해요." 강혜정 대표가 학생들에게 'Just do it' 정신을 강조했다.

 

따따따 따-- 따 따따따!” 영화 <엑시트>의 관객들을 빵 터지게 한 구조 신호다. 재난 현장에서 탈출하기 위한 주인공들의 질주는 관객 손에 땀을 쥐게 하며 올여름을 뜨겁게 달궜다. 여타 영화들과는 다르게, <엑시트>는 관객에게 재미를 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재난 영화로, 실제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상세히 알려준다.

  <엑시트>의 준비 단계부터 상영을 마치기까지, 강혜정 대표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는 시나리오 선정, 주인공 캐스팅, 영화 촬영, 영화관 상영 등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하게 살폈다. 26년 차 영화제작자강혜정 대표는 <베테랑>, <너의 결혼식>, <엑시트> 등 여러 흥행작을 탄생시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한국 영화의 발전을 이끄는 영화제작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를 만났다.

 

재미있는 영화라면 OK!

  <엑시트>가 개봉하기 전까진 누구도 흥행을 예상하지 못했다. 신인 감독이 <엑시트>의 메가폰을 잡았고, 주인공이 영화계 대배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신인 감독이라 불안함도 있었지만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깊이 이해하고 있어서 크게 걱정하진 않았어요.” 배우 캐스팅도 일종의 모험이었다. “처음부터 윤아라는 배우를 염두에 두진 않았는데 리얼 다큐멘터리 효리네 민박에 출연한 윤아의 모습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실제 모습을 보니 성격도 털털해 보이고 우리 영화 여주인공 이미지와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달리는 장면이 워낙 많아 배우의 체력도 캐스팅의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 “윤아 씨는 오랫동안 걸그룹으로 활동해서 체력 상태가 좋고 몸을 움직이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어요.”

  <엑시트>가 일종의 모험이었는데도 그가 이 작품을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나라면 이 영화를 영화관에 가서 보고 싶을까?’ 강혜정 대표가 작품을 고를 때 하는 생각이다. “저는 시나리오를 고를 때 재미를 가장 중요시해요.” 재미 하나면 영화가 만들어질 이유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사실 저는 장르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외유내강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영화 장르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데, 작품을 선정할 때 장르보다는 재미 요소를 더 중시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시나리오가 재미있다면, 다음은 감독이다. 그는 감독의 경력보단 시나리오에 대한 취재 정도와 이해력을 더 중시한다. “감독님의 전 작품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시나리오에 대해 얼마나 깊이 취재했는지를 봐요.” <엑시트>처럼 필모그래피가 없는 신인 감독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신인 감독들과는 특히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탄탄하게 돼 있는지 확인해요. 가끔은 뛰어난 연출력을 가진 대감독이 아니라 신인 감독의 작품이 더 크게 빛을 발할 때도 있어요.” 믿고 맡길만한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 시나리오는 영화로 탄생한다.

 

가장 뿌듯한 순간을 선물한 <엑시트>

  “촬영 현장은 매일이 안전과의 싸움이었어요.”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한 액션 영화인만큼 공중에서 위험한 촬영이 이어졌다. “배우들이 와이어에 매달려있긴 해도 높이가 15m 이상인 세트가 많아서 위험했어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덕에 큰 부상자는 없었다. 달리는 신(scene) 위주의 영화라 배우들의 체력 소모도 엄청났다. “주인공들이 링거를 맞아가며 토할 때까지 달리는 모습을 보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끝까지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훈훈했어요. 지치고 짜증날 법도 한데 서로를 위해 지친 티를 내지 않고 마지막 촬영까지 마쳤죠.” 마침내 영화를 개봉하고, 모두의 노력은 빛을 발했다. 940만 관객들의 후기는 칭찬 일색이었다. “욕설이나 자극적 요소가 없어 영화를 편하게 봤다는 평과 영화 속 캐릭터가 너무 사랑스럽다는 평이 가장 기분 좋았어요.”

  <엑시트>는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어제 우리 영화 덕분에 법률 개정안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듣고 깜짝 놀랐어요.” <엑시트>의 주인공들은 재난 상황에서 급히 옥상으로 가야 했지만, 건물의 옥상 문이 잠겨 있어 번번이 난관을 마주했다. 현실도 영화 속 상황과 다르지 않았다. 이에 국토교통부 건축안전팀은 건축물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 의무 설치 확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자동개폐장치는 건물에 화재가 탐지되면, 잠겨 있던 옥상문이 자동으로 열리게 한다. “사실 처음부터 연출을 통해 이 문제를 이슈화할 의도는 아니었는데, 우리 영화가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게 돼 너무 행복해요.” 강혜정 대표는 영화를 제작해 온 시간을 통틀어 이번이 가장 뿌듯한 순간이라며 미소 지었다.

 

뚝심 있게 나의 길을 간 것이 비결

  강혜정 대표는 <엑시트> 이후로 <시동><인질>, 두 편의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영화 <시동>은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인간적 매력이 아주 사랑스러워서 보다 보면 리틀 엑시트같은 느낌이 들어요.” 영화 <인질>에는 주인공 황정민을 제외하곤 낯선 얼굴의 배우들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다. “새 얼굴을 대거 투입해 새로운 느낌의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제 의도대로 영화가 잘 나온 것 같아요.”

  영화사 외유내강의 차기작이 <엑시트>처럼 흥행할지는 미지수다. “영화가 개봉할 때까지 흥행할지 안 할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어요. 그래서인지 늘 불안한 마음은 있어요. 이번 영화가 흥행하면 다음에 잘 안될까 봐 불안하고, 영화가 안되면 앞으로 계속 안 될까 봐 불안하죠(웃음).” 누구에게나 그렇듯, 그에게도 다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이런 두려움을 어떻게 하면 잘 넘어설 수 있을지 늘 고민해요.” 두렵다고 해서 피하기보단,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게 그만의 방식이다. “영화 흥행에는 운도 많이 작용하기에 어떻게 될지 정말 알 수 없어요.” 뚜껑을 열어보기 전엔 알 수 없는 것. 누군가에겐 두려 움으로 다가설 수 있지만, 그는 이것이 바로 영화 제작의 매력이라 말한다.

  “영화제작자로서 저의 목표는 제가 제작한 영화가 아카데미에 가는 거예요.” 그는 망설임 없는 목소리로 포부를 밝혔다. “한국 영화 중엔 아주 훌륭한 영화가 많지만, 영어 영화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외국 영화제에서 수상하기 힘든 편이에요. 봉준호 감독이 한국 최초로 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는데, 정말 자랑스러웠고 한편으론 자극도 됐어요.” 이어서 그는 인간 강혜정의 목표도 밝혔다. “제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는 수시로 자신에게 너는 어떨 때 행복해?’라는 질문을 던진다. “매 순간 행복이 무엇인지를 물으며 답을 찾아가는 게 저의 미션이라고 생각해요.” 행복을 찾기 위한 질문들이 그에겐 가장 소중한 영양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Just do it’이에요.” 강혜정 대표가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대신 한번 시작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버텨야 해요.” 그는 10년을 투자하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영화계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라면, 타고난 재능보다는 뚝심과 성실함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의 길을 갈 뚝심이 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세요. 그리고 끝까지 버티세요.” 이것이 바로 강혜정 대표가 영화계에서 살아남은 비결이다.

 

| 김민주 기자 itzme@

사진 | 두경빈 기자 hayab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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