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신청 시스템이 대대적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학생들의 수강권 보장을 위해 작년에 수강희망과목 등록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강의 매매와 양도가 여전히 성행하고, 수강신청 전에 등록한 강의를 삭제할 수도 없어 수강신청 시스템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계속 불거져 나왔다. 학교에서도 노후화된 수강신청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을 오래전부터 검토해왔다.

  논의 끝에 올해 7월 기획예산처, 교무처, 디지털정보처, 학생처 등으로 구성된 TF가 꾸려져 수차례 협의를 진행해 수강신청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다. 9월 중순에는 제51대 서울총학생회 ‘SYNERGY'(회장=김가영, 서울총학)와 제32대 세종총학생회 지평’(회장=이비환, 세종총학)과 면담을 진행해 수강신청 시스템 개편안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개편되는 본교 수강신청 시스템은 내년 2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추첨제 도입, ‘클릭 전쟁완화될까

  새로운 수강신청 시스템에선 수강희망과목등록 제도에 추첨제가 도입된다. 기존에는 수강희망과목등록 인원이 강의 정원을 넘어서면 희망과목을 등록한 모든 학생이 탈락 처리돼 본 수강신청을 노려야 했다. 추첨제가 도입되면 수강희망과목등록 시 정원이 초과한 강의에 한해 추첨이 이뤄지며, 추첨을 통과한 학생들은 해당 과목이 등록 처리된다. 탈락 처리되는 학생을 줄여 본 수강신청 때의 클릭 전쟁을 줄이고자 하는 취지다.

  본교 디지털정보처 데이터에 따르면 매 수강희망과목등록 때 정원을 초과해 신청한 모든 학생이 본 수강신청을 해야 하는 경우는 전체 강의의 2~30%에 달한다. 수강희망과목등록에서 정원이 넘어도 추첨을 통해 학생을 어느 정도 수용하면 본 수강신청과 수강 정정에서의 클릭 전쟁이 한결 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규태 디지털정보처장은 정원을 조금만 초과해도 티오를 늘리지 않는 이상 등록한 모든 학생이 본 수강신청 때 다시 경쟁했던 기존의 방식은 비효율적이라며 추첨제 외에도 학생들의 수강권을 확대하기 위해 정원을 조금 초과한 과목은 티오를 늘리거나 추가 강의를 개선하는 등 다른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말했다.

  구체적인 추첨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우선순위를 반영해 추첨하는 방안완전한 무작위 추첨 방안두 가지를 준비했다. 이는 추첨제를 시행하고 있는 숙명여대와 카이스트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숙명여대는 학생들이 강의를 신청하면 학교가 학년, 이수학점을 고려해 수강신청 여부를 확정한다. 현재 카이스트는 정원이 정해진 과목의 경우 수강신청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을 실시해 강의를 배정한다.

  서울총학은 수강희망과목등록 시 정원이 초과하면 학생들의 선호도와 우선순위를 기반으로 추첨하자고 했다. 학생들이 1순위부터 8순위까지 원하는 강의를 담으면 정원이 초과한 과목의 경우 높은 순위부터 등록 처리를 하는 방식이다.

  세종총학은 학년별 쿼터를 정해 쿼터 내 60%까지만 수강희망과목등록 학생을 무작위로 추첨해 채우는 방안을 내세웠다. 나머지 40%는 본 수강신청에서 마저 채워지는 것이다. 서울총학과 세종총학의 의견이 엇갈려 세부적인 추첨 방식은 설문조사로 본교생 의견을 수합한 후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추첨제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최은정(보과대 보건정책18) 씨는 추첨을 통해 강의에 등록되는 인원의 비율을 적절히 조절하면 광클경쟁을 막는 좋은 제도가 될 것이라며 반겼다. 반면 배원준(사범대 교육15) 씨는 강의 선호도를 잘못 정하면 추첨에서 다 떨어질 수도 있다오히려 정정 경쟁을 과열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강의 매매·양도, 매크로 방지 방안도 마련해

  강의 매매 및 양도를 방지하기 위해 쿨링타임제도 도입된다. 최근 에브리타임 등 학내 커뮤니티에 매 학기 약 150건의 강의 매매·양도 게시글이 올라올 정도로 강의를 사고파는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쿨링타임제가 시행될 경우 누군가 강의를 수강 취소하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 강의를 신청할 수 있다. 강의를 담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매번 달라져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강의 매매를 막아야 한다는 데는 많은 학생이 동의했다. 최미령(사범대 영교18) 씨는 의도적으로 매매를 하려고 강의를 잡아놓고 파는 문제가 심각하다특히 강의 별 분반이 적은 학과의 경우 그러한 사람들 때문에 졸업을 위해 필수로 들어야 하는 수업을 못 듣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쿨링타임제를 놓고는 학생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강의 매매를 막는 좋은 방법이란 주장도 있지만, 강의 매매를 막으려고 양도까지 막는 건 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규민(문과대 언어18) 씨는 강의를 사거나 양도받는 사람들을 보며 불공정함을 느꼈다“‘쿨링타임제는 공정성을 높이는 좋은 제도라고 말했다. 반면 문과대 17학번인 박모 씨는 금전거래 없이 개인 간 호의로 이뤄지는 양도까지 막으면 수강신청 문화가 팍팍해질 것 같다양도와 매매를 구분하는 방법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매크로 방지를 위해 보안문자 시스템이 도입되는 방안도 제시됐다. 수강신청 시 신청 버튼을 누르면 창에 뜬 보안문자를 입력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학생들은 매크로는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과대 17학번인 박모 씨는 매크로는 불법이니 당연히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안문자 시스템 도입은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이비환 세종총학생회장은 지금도 수강신청 할 때마다 2~3분 정도 지연되는 경우가 많은데 보안문자를 도입하면 모든 학생이 피해를 볼 수 있다매크로가 얼마나 성행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보안문자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외에 수강희망과목등록으로 넣은 강의를 본 수강신청 직전에 취소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현재 수강희망과목에 담긴 강의는 본 수강신청 직전에 취소할 수 없다. 등록 가능한 학점이 제한돼 있어 수강희망과목 등록 후 변심이 생겨도 원하는 강의를 신청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한재호 정보개발부장은 본 수강신청 30분 전부터 미리 담아놨던 강의를 삭제할 수 있도록 해 학생들이 겪는 불편을 덜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강신청 홈페이지도 개편된다. 한재호 부장은 홈페이지가 완전히 새로 개편되면 모바일로도 안정적으로 수강신청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교과·비교과 과목에 대한 정보를 수강신청 사이트에 정리해 수강신청뿐만 아니라 교과 과정에 대한 정보까지 얻는 사이트로도 활용하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생들 의견 반영해 개편안 확정할 것

  서울총학은 2일 앞서 제시된 수강신청 개편안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제작했다. 김가영 서울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 유튜브 채널, 홈페이지, 페이스북 페이지, 에브리타임 게시판 등 여러 창구를 통해 4일부터 영상을 공유했다“7일까지는 영상에 영어, 중국어 자막도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합하기 위해 서울총학, 세종총학, 디지털정보처는 4일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설문조사는 20일까지 진행된다. 설문조사는 개편안에 대한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묻는 문항들로 구성됐다. 7일에는 디지털정보처가 학생들에게 문자를 보내 설문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알릴 계획이다.

  학교 당국은 설문조사가 끝난 뒤 학생들의 여론을 수렴해 개편안을 완성할 방침이다. 한재호 부장은 수강신청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속도전을 경감시키고 최대한 학생들의 수강권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시스템 개발 업체를 입찰해 시범 운영하는 기간까지 고려하면 논의를 서둘러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성·안수민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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