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4 16:41 (수)
안암 상권에 상륙한 마라 열풍··· ‘한철’ 예상도
안암 상권에 상륙한 마라 열풍··· ‘한철’ 예상도
  • 김영현 기자
  • 승인 2019.10.06 0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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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정문 상권에 최근 3층짜리 마라탕 가게가 들어섰다.
중국인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정문 상권에 최근 3층짜리 마라탕 가게가 들어섰다.

 

  마라(麻辣) 열풍이다. 마라탕, 마라샹궈, 마라롱샤 등 마라를 앞에 붙인 중국 음식들이 한국을 휩쓸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 조염정(대학원·국어국문학과) 씨는 중국에서 마라는 8~9년 전부터 인기를 끌었다매운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들이 마라의 매운맛에 열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 최초로 지난해 CU는 마라탕면과 마라볶음면을 출시했고, 이어서 세븐일레븐과 GS25도 올해 마라도시락, 마라치킨 등 마라 간편식을 선보였다. 외식업계에도 마라 열풍이 불고 있다. ‘라화쿵부’, ‘신룽푸마라탕등이 프랜차이즈 시장을 이끌며 마라 전문 음식점은 전국적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마세권’(마라탕 가게 인근 지역을 역세권에 비유한 말)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마라의 인기는 정점을 지나고 있다.

 

안암, 붉은 마라로 물들다

  안암 상권도 마라 열풍에 사로잡혔다. 2년 전부터 안암동에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입소문을 낸 마라는 안암 상권 풍경을 변화시켰다. 정경대 후문, 참살이길, 옆살이길, 정문 앞, 법대 후문까지 마라를 주력으로 내세우는 음식점만 9개에 달한다. 지난 4월 정문 앞을 지키던 카페 세렌디피티가 문을 닫은 자리에 새로 들어선 가게 역시 마라탕 간판을 내걸고 3층 건물 전체를 빨간색으로 칠했다.

  학생들은 마라탕에 열광했다. 가게마다 편차가 있지만, 점심 시간대 마라탕 집 앞에는 긴 대기 줄이 이어졌다. 신혜지(대학원·심리학과) 씨는 합리적인 가격의 마라탕을 자주 즐겨 먹는다맵기 강도와 재료를 모두 직접 고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최윤정(경영대 경영15) 씨도 마라탕은 맵고, 짜고, 싸고, 취향에 맞게 먹을 수 있다기본적으로 유행이 될 만한 조건은 모두 갖춘 음식이라 전했다.

  늘어나는 본교 중국인 학생 수도 마라 열풍을 부추겼다. 정문 앞에서 호박부동산을 운영하는 A 씨는 어학당 일부가 정문 쪽으로 옮겨온 후 주변에 중국 식당이 늘어나기 시작했다어학당에 다니는 중국 학생들이 마라 가게를 많이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참살이길에서 12년째 장사 중인 홍콩반점 임찬석 사장도 중국인의 유입이 마라 붐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그는 예전과 비교하면 중국인 학생들이 정말 많이 늘었다학생뿐 아니라 안암동에 거주하는 조선족들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 전했다. 한국어센터 관계자 C 씨는 매 학기 유학생 중 중국인 학생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인 유학생 우몽정(문과대 국문16) 씨는 유학생으로서 학교 근처에 맛있는 중국음식점이 많이 생겨서 너무 좋다중국인 친구들과 마라탕집을 자주 찾는다고 전했다.

  다른 해석도 있다. 참살이길에서 고대부동산을 운영하는 B 씨는 단순히 중국인의 유입만으로 마라탕의 유행을 설명할 수 없다복합적인 원인이 섞인 현상이라 주장했다. 그는 영업의 편리함먹는 재미가 함께 만나 마라 열풍을 만들어 낸 것이라 설명했다. B 씨는 식사 한 번에 그릇이 최소 8개가 쓰이는 한식과 달리 마라탕은 오직 한 그릇만 필요한 매우 간편한 요리라며 장사하려는 사람들에게 마라탕은 이런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이었을 것이라 말했다.

안암 마라의 미래는

  마라 유행이 한창이지만, 마라탕을 즐겨먹는 학생들조차도 안암동에 마라탕 가게들이 얼마나 오래 갈지 의문을 품고 있다. 최윤정 씨는 갑자기 안암에 마라탕 가게가 너무 늘어났다다른 모든 유행이 그랬던 것처럼, 마라탕 가게도 올해를 넘기며 슬슬 없어질 것이라 예측했다. 신혜지 씨는 유행이 한창이던 반년 전과 비교해서 지금은 확실히 인기가 줄어든 편이라며 그래도 몇 군데는 꾸준히 살아남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암동 상권의 특성상 마라탕이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홍콩반점 임찬석 사장은 “12년 동안 수많은 가게가 무너지고 다시 세워졌다외부인구 유입이 거의 없는 안암동에서 3년 이상 가게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전했다. 고대부동산 사장 B 씨도 고대생들이 아무리 마라탕을 좋아한다 해도 매일 먹겠냐안암동에서 월남 쌀국수집이 크게 유행했다가 한 번에 사라진 것처럼 마라탕의 전망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현 기자 carol@

사진배수빈 기자 sub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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