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적 법률가 양성이 고려대학교 로스쿨의 역할이다.” 20177월부터 2년간 본교 법학전문대학원(원장=안효질 교수, 로스쿨) 원장을 지낸 명순구 교수가 생각하는 고려대 로스쿨의 지향점이다. 명 교수는 본교 로스쿨이 마주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지도자적 법률가로 활동하도록 준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교 로스쿨의 인재상은 무엇인가

  “본교는 1905년 한국 최초로 법학 고등교육을 시작해 찬란한 역사를 이뤘다. 그에 걸맞게 세계와 활발히 소통하는 지도자적 법률가를 양성하는 것이 본교 로스쿨의 목표다. ‘법조인에 한정되지 않는 법률가를 지향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판사, 검사, 변호사 등 재판에 참여하는 사람을 법조인이라 한다면 법률가는 더 넓은 개념이다. 법학적 사상과 지식을 바탕으로 일한다면 어떤 영역에서 종사하든 법률가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유능한 법률가가 되기 위해서는 법학 외의 학문적 소양을 갖추고 이를 법적 지식과 융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사회변화를 이끄는 지도자적 법률가가 되려면 여러 집단을 아우를 소통 능력도 중요하다. 인문학적, 자연과학적 소양 등 타인과 대화를 나누기 위한 교양도 필수다. 본교 로스쿨이 다양한 성격과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뽑아야 하는 이유다.”

- 소통 능력, 어떻게 높여야 할까

  “다양성이 높은 집단은 지속가능성도 크고, 그 속에서 구성원의 소통 능력도 길러진다. 재학 시절부터 여러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즐기며 소통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에 나가서도 다양한 집단과 어울리며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 본교 로스쿨 입학생 구성이 20, 인문계열(2019년 본교 신입생 중 96.8%20, 94.4%가 인문계)에 편중돼있다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 같이 LEET, 학점 중심의 정량평가 체제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량 평가 위주로 뽑으면 30대 사회인이 로스쿨을 오고 싶어도 뇌가 말랑말랑하고 LEET 공부를 계속한 20대 대학생을 이길 수 없다. 자연계 학생들의 경우, 평균 학점이 전반적으로 낮아 불리하다. 1차에서 정량평가로 일정 배수를 뽑은 뒤 2차는 정성평가 중심으로 선발하면 좋겠지만, 그것도 공정성 문제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다.”

- 점점 낮아지는 변호사시험 합격률(본교 로스쿨 합격률 198.99%, 771.97%, 전국 25개 로스쿨 평균 합격률 187.15%, 749.35%)도 학생들이 체감하는 문제다

  “로스쿨에 10년간 몸담으며 느낀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이 변호사시험 준비에 매몰됐다는 것이다. 암기형 위주인 변호사시험으로는 수험생이 지도자적 법률가에 필요한 소양을 함양했는지 판가름할 수 없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계속 떨어져 시험 준비가 급해진 학생들은 로스쿨 강의에서 변호사시험 내용을 가르치길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로스쿨이 해야 할 역할과는 큰 괴리가 있다.

  로스쿨은 법률가가 가져야 할 사고의 그릇을 만들어 주는 곳이다. 단순히 시험에 나오는 판례를 가르치기보다는 이 판례가 왜 중요하고 다른 판례와 어떤 관계가 있으며 어떤 법학 이론적 함의를 담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사고의 그릇을 채우는 것은 사회에 나가 ‘learning by doing’ 하며 직접 터득해야 할 일이다. 로스쿨은 스스로 그릇을 채우는 방법, 법학의 탄탄한 기초를 가르쳐야 하며 변호사시험은 로스쿨에서 주최하는 특강, 보충학습이나 개인의 자율학습으로 대비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 본교 로스쿨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변호사시험에만 쫓기지 않으면 좋겠다.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 로스쿨에 있는 동안 사회에 나가 어떤 법률가가 될지 고민했으면 한다. 폭넓은 시야를 갖고 법조직 외의 영역에 대해서도 충분히 둘러봤으면 좋겠다."

 

김보성 기자 greentea@

사진맹근영 기자 mangr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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