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늙어가는 건 어떤 의미일까. 과거 사람들은 그 해답을 얼마나 오랫동안 젊음을 유지하는가에서 찾았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안티에이징(Anti-Aging, 노화 방지)’의 일환으로 성형이나 시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젊어지려 애쓴다. 중국 진시황이 영원히 늙지 않을 수 있다는 불로초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설화처럼 노화에 대한 투쟁은 현재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인류는 끊임없이 나이 들기를 거부하며 젊음을 추구하지만, 언제나 20대 같은 외모와 몸을 유지할 순 없으리라. 이에 젊음에 집착하기보단, 긍정적으로 나이 듦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나이에 맞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웰에이징(Well-Aging)’이 주목받고 있다.

약화와 쇠퇴를 부정하지 않는 웰에이징

  외모를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는 노화를 최대한 늦출 수 있는 안티에이징이었다. 피부 보습을 위한 물광 주사나 주름을 제거하는 리프팅수술 등이 이른바 동안을 위한 안티에이징 시술의 예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내 안티에이징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10%대로 추정하며, 2020년까지 약 3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다. 박경숙(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화를 멈추고 가급적 오랫동안 젊음을 유지하려는 노년층의 욕망이 안티에이징 시장이 커지는 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나치게 외면적 젊음만을 강조하는 안티에이징이 진정한 노년의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개념이 웰에이징이다. 원영희(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외모를 개선해 일시적 만족감을 주는 안티에이징보다는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노화의 과정을 받아들이는 웰에이징의 태도가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웰에이징과 안티에이징은 건강한 노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을 대하는 근본적 태도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안티에이징은 문자 그대로 노화(aging)를 반대(anti)한다는 의미로, 기본적으로 나이 듦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거부함이 내포된다. 하지만 웰에이징은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능동적으로 수용할 것을 강조한다. 박경숙 교수는 웰에이징은 나이를 들어가는 과정을 부정하지 않고 그 속의 긍정적인 의미를 찾는 행위라며 신체기능의 약화와 쇠퇴를 부정하지 않는 점이 웰에이징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웰에이징은 일반적으로 노화로 해석되는 에이징(aging)이라는 단어 속 자람(age)’이라는 근본적 의미에 주목한다.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박상철 회장은 젊은 시절 한두 살 먹어가는 건 성장이라고 하지만, 노년에 접어들면 이러한 나이듦은 늙음으로만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웰에이징의 관점에서는 노인의 에이징또한 젊은이의 성장과 동일한 가치로, 노인의 삶 또한 끊임없이 성장하며 긍정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어 노령인구가 급증한 데다, 평균수명도 매우 증가해 전반적인 노년기가 길어지며 웰에이징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고 분석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세로 25년 전에 비교해 10세 이상 증가했다. 최희경(신라대 상담심리복지 전공) 교수는 노년기가 죽음을 기다리는 무의미한 시간이라기에는 너무 길어졌다인생의 마지막 단계인 노년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기 위해 웰에이징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의 주체가 된 실버세대

  최근 미디어에서 건강한 노년의 모습을 보여주는 실버(Sliver) 예능이 인기몰이하는 것도 웰에이징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를 보여준다. 나이 지긋한 할배출연자들이 떠나는 해외 배낭여행을 소소하게 담아낸 2013꽃보다 할배프로그램을 선두로, ‘도시어부’, ‘미운오리새끼등 노년층이 예능 프로그램의 주요 인물로 다뤄지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증가하는 노년층이 미디어 안에서 강력한 소비 집단으로 자리 잡게 되며 노년의 주체적인 생활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확대된 것이다. 최희경 교수는 실버 예능의 증가는 소비자로서 웰에이징에 관심이 많은 노년층의 지위가 커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반영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에 드러난 건강한 중년과 노년의 모습은 사회 속의 주변인이 아닌 주인공이다. 이처럼 노년기에 접어들어서도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즐기고 사회에 공헌하며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일이 웰에이징의 주요 방법으로 부각되고 있다. 노재철(호서 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노인들이 사회의 보호막 아래 놓여있는 수동적 존재라는 의식에서 벗어나 직접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긍정적 존재라는 걸 스스로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살아오면서 체득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재능기부를 하거나 공동체에 이바지하기 위한 자원봉사를 하는 것 또한 웰에이징을 실현하는 바람직한 방법이라 바라봤다. 박상철 회장도 나이가 들었더라도 능동적으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타인과 공생하려 노력하는 게 진정한 웰에이징이라고 강조했다.

  주체적인 노년의 삶을 돕기 위한 공공복지와 실버산업도 발전하고 있다. 국가에서 노인 일자리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의 공적인 부문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여가·주거·금융산업 등 실버산업의 규모와 범위는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고령친화산업 시장규모는 매년 빠르게 성장해 2012년 약 27조 원에서 201540조 원으로 증가했고, 2020년에는 70조 원대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김숙응(숙명여대 원격대학원 실버비즈니스전공) 교수는 구매력이 높아진 노년층을 타깃으로 한 여러 실버산업이 증가하고 있다과거보다 광고에서 노인 모델이 많이 보이는 것 또한 웰에이징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실버산업에 표현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사회 속 긍정적 효과 기대돼

  고령사회가 심화되며, 노인 우울증 및 고독사 등 노인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는 노년기에 겪는 신체기능 저하, 일자리 상실로 초래되는 빈곤, 또 주위와의 소통단절 등으로 인한 상실감이 지목된다. 이 때 노화에 대한 능동적 수용을 강조하고 주체적 삶을 강조하는 웰에이징의 태도가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희경 교수는 은퇴 후의 편안함과 홀가분함은 받아들이기 나름이라며 변화에 적응하고 수용 하는 유연한 태도인 웰에이징이 노인들이 노년기를 긍정적으로 여기도록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웰에이징이 심화되는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거라는 전망도 제시된다. 특히 최근에는 노년을 지칭하는 틀딱과 같은 혐오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로 청년층을 중심으로 노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뿌리깊게 자리한 상황이다. 원영희 교수는 노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세대갈등 내지 연령차별을 나타내는 요소로 작용한다웰에이징을 통해 사회적으로 건강한 노화의 상을 제시할 수 있다면 노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감소할 것이라 예측했다. 박경숙 교수 또한 청년층도 웰에이징을 이해하면 나이가 든 후 자신들의 노년기에 외롭고 아픈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동시에 현재 노인들에 대한 공감의 폭도 넓어질 것이라 강조했다.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에 따라, 웰에이징은 앞으로도 삶의 트렌드로 계속 자리 잡을 전망이다. 노재철 교수는 노인의 수가 급증하는 만큼 건강한 노년을 보내려는 노인도 증가한다단순한 외형의 치장이 아닌, 노년으로서의 가치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불어넣어줄 웰에이징이 미래사회의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인간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의미하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가 다가왔다. 웰에이징을 통한 노년의 사회 속 긍정적 역할과 노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기대해봐도 좋을 시점이다.

김태형 기자 flash@

일러스트장정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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