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학교 곳곳에서 외국인 학생을 겨냥한 날 선 말이 들린다. 집단을 분명히 저격한 그 말들은 일순에 날아가 오차 없이 표적에 꽂힌다. 팀 프로젝트 때 불성실했던 외국인 학생 얘기 등 말들엔 저마다의 사연이 있지만, 그런 사람은 어느 집단에나 있다. 다양성은 늘어나는데 포용성이 부족하다.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의 2007년 논문을 보자. 공동체에 인종 다양성이 늘면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나, 단기적으로는 신뢰, 이타심, 협력 등이 줄어든다는 내용이다. 친구 관계도 준다. 퍼트넘 교수의 논문을 두고 미국의 시민사회운동가 파커 파머가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다양성에 직면할 때 긴장해 낯선 자를 주변화한다. 폭력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대로면 다양성은 공동체를 마비시킨다.’ 그래서 그는 포용성을 강조한다. ‘차이를 끌어안을 때, 다양성은 유익하다.’ 퍼트넘 교수도 논문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연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양성에 익숙해지는 일은 쉽지 않고,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집단적인 노력이 그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종국엔 노력한 만큼 다양성이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

 최근 혁신위원회가 윤리헌장을 내놨다. 학생 윤리강령 제4조는 학생은 타인의 인격과 권리,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올해 초 출범한 다양성위원회는 고려대학교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함이라고 관련 규정 제1조에서 설립 취지를 밝혔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 이 모두 포용성이다.

 이미 많이 말해진 다양성에서 한발 더 나아가 포용성을 강조하게 된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많은 학생이 윤리헌장과 다양성위원회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학교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널리 알리면 고려대에 시작된 좋은 변화가 뜻깊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기대를 걸고 말한다.

 

김태훈 취재부장 foxtr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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