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이 평양 원정을 떠난다. 1990년 평양 능라도51일 경기장에서 열렸던 남북통일축구대회 이후 29년 만이다. 오는 15일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맞붙을 한국과 북한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에 속해있다. 예선 경기 중 한 경기이기는 하지만 평양 원정이라는 특수성 아래 국민의 관심은 높다.

 하지만 한국과 북한 사이의 경기에 관한 직접적인 소통이 없다. 북한은 예선을 주관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서야 예정대로 평양에서 경기를 진행하겠다고 AFC에 밝혔다. 소통하지 않는 북한의 태도에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대표팀의 몫이다. 통상적으로 대한축구협회는 원정 A매치를 위해 본 경기를 2~3주 앞두고 경기장, 훈련장 점검 및 숙소 선정을 위한 현장 답사에 나선다. 하지만 현장 답사는커녕 방북 경로, 훈련장, 숙소 등의 사안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2017년 여자 아시안컵 예선 평양 원정 경험의 기억을 더듬으며 준비 중인 축구협회는 괴로울 성싶다.

 더불어 응원단 파견도 불확실하다. 국가대표팀 A매치 원정 경기의 경우 원정팀에 적어도 1200여 명의 응원단을 배정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통일부는 응원단 파견을 위해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와 관련한 북한의 어떠한 입장도 나오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생방송을 담당할 국내 방송사들의 파견 인원도 제한했다. 원래 20명의 중계방송단을 보낼 계획이었지만 북한은 10명만 허용했고 취재기자단도 총 18명으로 결정했다.

 한국과 북한이 평양에서 경기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3국에서 경기가 이뤄졌던 10년 전의 월드컵 최종예선을 비교하면 그나마 나아진 편이다. 하지만 그들의 묵묵부답은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 양측이 협력에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원활한 소통은 필수다. 장소가 서울이든 평양이든 홈팀은 원정팀을 맞이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축구는 축구이기 때문이다.

 

김군찬 기자 al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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