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중 생명과학대학 교수·생명과학부
김기중
생명과학대학 교수·생명과학부

 지구상에는 약 1000만 종의 생물종이 살고 있을 것으로 생물학자들은 추론한다. 이중 공식적인 이름인 학명이 부여된 생물 종은 약 20%200만 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추론만 할 뿐 몇 종이 더 있는지 아직 모른다. 어떤 학자들은 지구상의 생물종을 2000만종으로 추론하기도 한다. 물론 나름대로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생물종 수를 추론하지만 학자들에 따라 편차가 크다. 특히 미세한 세균이나 균류의 경우 아직 이름이 없는 종이 이름이 있는 종보다 훨씬 많다.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생물종은 지구의 특정 장소에 제한적으로 분포한다. 따라서 지구에는 기후환경에 따라서 생물종이 많이 분포하는 곳과 적게 분포하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어느 특정 지역에 얼마나 다양한 생물종들이 분포하는지를 정의하는 용어가 생물다양성이다.

 전 지구적으로 보아 육지에서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을 생물다양성열점이라고 부르는데 학자들은 약 35개의 열점지역을 인지한다. 35개 지역은 히말라야지역, 인도-버마지역과 같이 지리적 지역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뉴질랜드나 필리핀과 같이 지리적 구분이 국가의 구분과 일치되는 경우 국가로 정의되기도 한다.

 다양한 생물종이 사는 생물다양성열점지역은 인류가 살기에도 적당한 기후를 갖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인류문명의 발달과 함께 이들 열점지역 면적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많은 생물들의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어서 미래에 이들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멸종의 회오리바람에 휘말리고 있다. 생물종이 이 회오리바람에 휩쓸리면 빠져나오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고, 결국 멸종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지구상에서 우선적으로 생물다양성 열점을 잘 보존하는 것이 인류의 책무이다.

 생물다양성의 개념도 기본 개념인 종다양성에서, 종 내의 개체들을 통하여 파악할 수 있는 유전적다양성, 또 다양한 종들로 구성된 기능 단위인 생태계의 다양성, 그리고 인류가 자연과 교감하면서 이루어 낸 문화적다양성까지 총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이들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든 간에 다양성이 높은 것이 그 시스템의 건강성을 의미한다. , 종이 건강하려면 유전적다양성이 커야 하고, 생태계가 건강하기 위해선 종 다양성이 높아야 하며, 지구가 건강 하려면 생태계가 다양하여야 하며, 생태계를 구성하는 한 종인 인류가 건강하기위해서는 문화적다양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지구상에는 인간의 극심한 간섭으로 많은 생물종들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유전적다양성이 낮은 생물종은 멸종에 극히 취약하다. 따라서 멸종의 회오리바람에서 멸종위기종을 구출하기 위하여 유전적다양성을 증진시키는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언어학자들도 같은 맥락에서 영어를 비롯한 주요 언어가 세계화되고 많은 소수 언어들이 사라지는 것을 경계한다.

 인간은 혈당량, 혈압, 체지방 지수, 간 수치, 지방 함량 등 여러 수치를 이용하여 우리의 건강을 파악하는 지수로 활용한다. 같은 원리로 지구의 건강지수도 생물종다양성지수를 이용하여 파악할 수 있다. 인간의 탐욕으로 많은 생물 종들이 야생에서 멸종하였거나 멸종위기에 처해있고, 생태계의 구성 종들은 단순화되고 있다. , 지구의 건강지수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우리는 생물다양성이라는 용어와 함께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다양성이라는 말을 흔히 쓴다. 생각이 다양하고 존중되는 집단, 구성원 들이 다양한 사회, 다양한 문화를 갖는 사회, 직업이 다양하게 분화된 사회 등이 건강한 사회라고 평가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대학 사회는 다양성의 중심에 있다. 교수들의 전공이 다양하며 세부 전공은 같은 교수가 없다. 학생들의 전공도 다양하고, 생각도 다양하며, 관심도 다양하고, 인생의 목표도 다양하다. 구성원인 학생, 교수, 교직원들이 다양한 생각을 갖고 다양한 의견을 내고 다양한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대학이 바로 건강한 대학이다.

 대학은 사회 전체로 보면 작은 울타리이지만 언어 문화 지식 생각 등 다양성의 보고이다. 자연과학의 한 영역인 생물다양성 측정방법이 사회과학의 한 영역인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정량화 하는데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는 대책을 마련하듯, 대학사회의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대책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생물다양성열점 지역이 종다양성의 보고이듯이, 대학은 우리 사회의 다양성 보고이며, 이곳이 학생들이 다양성을 심화시키고, 창의성을 키워가는 마당이 되어야 한다. 또한 생물다양성열점 지역을 우선적으로 보존하는 자연보존정책이 필요하듯, 대학의 운영목표도 다양성이 증진되도록 운영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자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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