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순간 어느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곡이 있다. 그리운 냄새를 맡은 것처럼. 미국의 재즈 가수 노라 존스(Norah Jones)1<Come away with me>에 수록된 ‘Shoot the moon(Jesse Harris 작사·작곡)’이 내겐 그렇다.

 일은 서툴고 선임은 무섭던 군 막내 시절이었다. 이런 말 하기 뭣하지만 나 때는핸드폰도, MP3도 쓸 수 없었다. ‘사지방이 있긴 했지만, 막내에겐 그저 가시방석. 뒤통수가 따가워 견딜 수 없었다. 느껴지는 시선을 애써 모른 체하려 해도 결말은 언제나 같았다. “김 상병님 앉으십시오. 저 다 썼습니다.”

 그럴 때마다 생각했다. ‘휴가 나가면 꼭 CD 사 와서 들어야지.’ 다행히도 우리 부대는 CD플레이어가 허용됐다. 그리고 첫 휴가 복귀 날, SONY사의 두툼한 CD플레이어와 함께 가져온 게 이 <Come away with me>였다.

 사실 수록된 모든 곡을 알았던 건 아니다. 다들 알만한 ‘Don’t know why’‘Come away with me’를 들을 셈으로 산 앨범이었다. 하지만 그날 밤, 불 꺼진 생활관에서 들은 최고의 노래는 단연 ‘Shoot the moon’이었다.

 곡은 이별을 노래한다. 그렇지만 아무도 울지 않는다. 가수도, 악기도. 모두 담담하게 멜로디를 이을 뿐이다. 노라 존스의 목소리는 쓸쓸한 구석이 있지만, 절제된 감정이 곡을 끝까지 이끈다. 중간에 흐르는 기타도 이를 따른다. 슬픔을 내비치지만 끝내 울지는 않는다.

 노라 존스는 이 앨범을 감미롭고 평온한 앨범이라 소개했다. 그 말처럼 방충망 사이로 새어 들어온 밤공기와 꼭 어울리는 곡들이었다. 커튼에 가려 10월의 달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선명히 떠 있었으리라 생각했다. 당신도 오늘 밤 이 곡을 들어봤으면 한다. 어쩌면 당신도 이 곡을 10월 밤으로 기억하게 될지 모른다.

 

이동인 기자 what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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