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다. 축제의 계절이다. 저마다 지역 자랑에 나서고 있다. 서해에선 대하가 한창이다. 남해는 전어다. 지리산 근방에선 약초와 한방축제가 연이어 열리고 있다. 유등이며 억새며 단풍이며 축제꺼리가 넘쳐난다. 서울과 달리 지역은 가을 축제가 연중 가장 큰 행사다. 내세울 것 있을 가을에 제대로 한 번 보여준다는 심산이다. 지자체 홍보나 단체장 얼굴 비추기도 이만큼 좋은 게 없다.

 축제나 지자체 관계자들을 만나면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지자체 사업과 지역 자랑은 당연, 거기에 꼭 붙이는 게 경제적 효과. 관광객 유치해 지역 상권이 살아난다는 거다. 이른바 축제 특수를 만들어 지역에 돈이 돌게 한다. 그래서 축제가 끝나면 관광객이 얼마나 찾았고, 돈을 얼마나 썼는지를 또 자랑한다. 관광객 수 기록은 해마다 경신되고 경제적 효과도 해마다 늘어난다. 작년보다 덜 성공한 축제는 없다.

 상인들을 만났다. 축제 특수, 얼마나 누리시는지 여쭸더니 대답이 예상 밖이다. 상인들 말에 따르면 요즘 사람들 생각보다 돈을 안 쓴다. 축제장과 주변을 장악한 먹거리들은 지역 상인들의 것이 아니다. 자릿세 내며 전국 축제장 돌아다니는 이들이 돈을 제일 많이 번단다. 축제장과 바로 근접한 곳은 모르겠지만, 조금만 떨어져도 장사는 더 안 된다고. 주민들도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이 반갑지만은 않다. 교통 혼잡에, 무질서에, 넘쳐나는 쓰레기에.

 요즘 시국에 일본 이야기하기 꺼려지지만, 참고할 만한 예시가 이것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지난해 여름 북해도를 여행하며 조그만 동네 축제를 본 적이 있다. 그 지역 학생들이 각 학교를 대표해 현대화된 전통음악에 맞춰 춤을 뽐냈다. 도심 곳곳에서 학생들이 춤을 추면 그 지역 주민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름은 모르지만 그 축제의 방점은 경제적 효과보다 공동체로서의 어떤 동질감을 느끼는 것에 맞춰져 있는 느낌이었다.

 요즘처럼 어려울 때, 경제적 효과가 안 중요할 리 없다. 그런데 축제라 함은, 특히 지역 축제라 함은 그 지역민들이 공동체의 조직원으로서 한번 모일 수 있는 마당을 제공하는 의미와 가치도 분명 가지고 있다. 지역 축제의 또 다른 존재의 이유도 한 번 들여다보는 것이 어떨까.

<Ash K.>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