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4 16:41 (수)
현장에서 배웠다, “기술보다 관찰이 먼저다”
현장에서 배웠다, “기술보다 관찰이 먼저다”
  • 안수민 기자
  • 승인 2019.11.03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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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트 창업주 장민호(공과대 기계공학과) 교수 인터뷰
"대학과 산업은 함께 교류할 때 모두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어요." 사업가이자 학자인 장인호 교수가 산학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학과 산업은 함께 교류할 때 모두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어요." 사업가이자 학자인 장인호 교수가 산학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릴 적 아톰 만화를 보며 우주를 날아다니는 로봇에 빠진 한 소년이 있었다. 과학을 좋아하던 그는 공과대에 진학하겠다는 꿈을 키워 서울대 기계공학과에 진학해 기계공학과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고, 이후 MIT에 들어가 박사 학위 과정을 밟으며 창업에 대한 열망을 키워나갔다. 20003D 회사 메디트를 창업, 2009년부터 본교 교수로서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는 장민호(공과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메디트는 순수한 국내 기술로 상품을 개발해 세계 3D 광학 시장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이미 세계 50개국에서 메디트의 3D 스캐너를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 치과 약 35%가 메디트 제품을 쓴다. 아직 갈 길은 멀다. 메디트의 이사이자 본교 전임교수로서 장민호 교수는 학문과 산업의 시너지를 계속해서 이뤄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직접 창업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

 장민호 교수가 메디트를 창업하는 데는 대학 시절 수강한 컴퓨터공학 수업의 도움이 컸다. 컴퓨터공학 수업을 듣던 그는 CAD(Computer Aided Design)에 관심이 생겼다. “예전에는 사람이 연필과 자로 그리면서 물체나 건물을 설계했습니다. CAD는 컴퓨터를 통해 자동적으로 설계를 진행하는 기술입니다.” CAD가 앞으로 기계공학에서도 무궁무진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에 장민호 교수는 MIT에 가서 3차원 CAD를 전공했다.

 1996MIT에서 돌아온 후 장민호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근무했다. 동료 연구원들과 3D 스캐닝, 프린팅 분야를 연구하며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한 기술을 중소기업으로 이전해 상업화를 진행하기도 했다.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엔지니어에게 자신이 개발한 기술은 자식과도 같습니다. 자식이 어디 가서 잘못되는 꼴은 잘 못 보죠.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무궁무진한 기술을 그대로 묵히고 싶진 않았습니다. 제가 연구한 분야인 만큼 내가 하면 더 잘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직접 창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그는 팔을 걷어붙이고 창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4년 후, 2000년 장민호 교수는 3D 스캐너 회사인 메디트를 창업했다. 보석회사, 자동차, 항공 산업 등 여러 방면에서 3D 스캐너가 활용된다. 그중에서도 장민호 교수가 주력하는 것은 치과에서 사용하는 3D 스캐너다. “치과에서 교정, 신경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치아의 정확한 형상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보통 치과 의사들은 파란색 고무를 치아에 씌워 본을 뜨거나 전동 칫솔같이 생긴 구강 스캐너로 치아 사진을 찍고 치과 기공소에 이를 보내 보철물을 만듭니다. 3D 스캐너를 이용하면 입안을 더욱 자유롭게 관찰하고 영상 데이터를 얻어 형상을 정확히, 빠르게 출력할 수 있죠.”

 

풍부한 현장 경험으로 학생들 학업 도와

 메디트를 설립한 후 최대 주주로 있던 장민호 교수는 2009년 회사를 떠나 고려대 교수로 임용됐다. “제가 개발한 기술을 창업하는 것도 좋지만, 제가 배운 것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함께 발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엔지니어로서 기업을 운영하며 느낀 점을 학생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싶었어요.” 이후 그는 10년째 본교 기계공학과 교수로 학문 발전에 전념했다. 2017년 회사의 기술 발전에 다시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장민호 교수는 겸직 신청을 해 학교 교수와 회사 이사를 겸임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기술을 개발한 경험은 그가 교수로서 학생을 가르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장민호 교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제품설계를 주로 강의하고 있다. 현장은 주먹구구로 암기한 지식이 통하기 어려운 만큼, 깊은 사고력을 강조한다. 학생들이 단순히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술을 습득하기보다는 논리적인 사고력을 중심으로 기르면서 컴퓨터 언어를 배우도록 하고 있다. 또 제품을 설계하고 오차를 줄여 정확한 완성품을 만들어낸 경험을 바탕으로 제품을 실제로 상업화하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장민호 교수는 학생들이 설계 기술을 찾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잘 관찰해 좋은 문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에게 직접 메디트를 견학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실무 경험이 없는 학생이 많은 만큼 실제 회사에서 어떻게 제품이 개발되는지 둘러보며 현장 분위기를 익힐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메디트에서 한 학기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해 제품 설계에 조금씩 참여할 수도 있어요.”

 대학과 회사를 오가는 하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장민호 교수는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최근 그는 딥 러닝과 인공지능을 엔지니어링에 어떻게 적용할지 연구 중이다. “의학과 공학이 융합되는 최근, 더욱 다양한 기술이 무궁무진하게 개발될 거라 생각해요. 현재 메디트에서도 3D 스캐너로 축적한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결합한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E-Health Care라고도 불리는 개인 디지털 의료 정보 기술도 연구하고 있죠.”

장만호 교수가 창업한 메디트에서 만드는 3D 스캐너의 모습이다.
장만호 교수가 창업한 메디트에서 만드는 3D 스캐너의 모습이다.

 

학문과 산업의 시너지를 위하여

 장민호 교수뿐 아니라 국내외 많은 교수가 겸직을 통해 창업에 도전하고 있다. “MIT 교수 중 첨단 연구를 병행하면서 창업한 분들이 꽤 많았어요. 전자공학과 교수 중 한 분은 BOSS라는 스피커 회사를 창립했습니다. 저를 가르쳤던 지도교수님도 CAD Solution을 만드는 회사를 창업했고요.” 마찬가지로 국내에도 대학에서의 창업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고려대에도 학생과 교수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요. 대학이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교수든 학생이든 기업과 교류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장민호 교수는 학교 차원에서 창업을 지원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회사에서 발견한 문제를 학교에 가져와 우수한 연구진과 기술을 개발하면 그러한 기술을 회사로 다시 이전해 빠르게 적용할 수 있어서다. “창업은 굉장히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아주 가까이 있어요. 많은 사람이 창업에 도전하는 만큼, 학교에서 학생과 교수들의 창업을 더욱 지원한다면 학문과 산업의 시너지가 더욱 빛날 것입니다.”

 

안수민 기자 sally@

사진배수빈 기자 sub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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