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고대생은 막걸리 먹기는 좋지만 제대로 뛰놀고 싶을 땐 안암을 떠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안암역은 홍대로, 강남으로 나가는 학생들로 붐빈다. 그 사이 안암 술집의 스타일을 깰 가게가 참살이길에 들어섰다. EDM 색소포니스트 윌리제이(본명 정광현, ·47)가 운영하는 아지트 안암(AZIT ANAM)이다. 이곳은 술, 디제잉 부스, 비어퐁, 사이키 조명까지 있을 건 다 있는 하이브리드 술집을 표방한다.

 EDM에 맞춰 즉흥 색소폰 연주를 뽑아내는 뮤지션은 국내에 윌리제이 한 명이다. “역마살이 있어요. 악기 하나 들고 온 세상을 누비는 걸 꿈꿨죠.” 10년 넘게 클럽과 호텔 풀파티를 돌며 자유롭게 살았지만, 지금은 한 가게의 사장으로 무대에 올라 색소폰 연주를 선보인다. 어차피 음악 하나로는 먹고 살 수 없는 일, 아지트 안암은 음악을 향한 외길 인생에 손님을 불러들이며 시작됐다.

 장사 경험은 없지만, 술과 분위기에 관한 한 마법 같은 감각을 가진 그다. 즉흥을 좋아하는 사장 따라 어울리지 않는 소품들이 모이며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곰 인형이 서 있는 디제잉 부스, 해골 물병이 놓인 유아용 소파. 삼원색의 사이키 조명이 반시계방향으로 돌며 이질적인 감성을 하나로 섞는다. 터질 것 같은 EDM 사운드에 옆 사람과 대화는 못 해도, 분위기에 취한 눈빛은 서로 통한다.

 “손톱깎이도 빌려달라면 드려야죠. 여기선 모든 걸 할 수 있으니까.” 이왕 노는 거 제대로 즐겨야 한다는 음악가의 철학은 가게 안에 오락실을 만들었다. 미국에서 핫하다는 술 게임 비어퐁, 다트, 오락실 게임까지 다 즐길 수 있다. 소맥에 상큼한 라임을 첨가한 산맥한 잔에 친구 먹은 초면들이 어린아이처럼 모여 논다.

 가게를 채우던 EDM이 살짝 잦아들면 색소폰을 든 사장이 무대로 오른다. 오늘은 생일을 맞은 손님이 왔다. 생일을 빛내줄 노래가 짙은 색소폰 선율로 뿜어져 나온다. 마시던 술잔도 내려놓고 집중하는 손님들, 잠시 다른 세상에 갔다 온 표정이다. 하지만 여긴 안암이다. 멀지 않다. 주말마다 파티는 열리고, 그대는 안암에 있다.

 

글 | 이선우 기자 echo@

사진 | 최은영 기자 emily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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