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엮음)
'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엮음)

 

 <서재 결혼시키기>는 책을 공유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책이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는지 설명한다는 점에서, ‘고대인의 서재에 가장 적합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재 결혼시키기>는 평생 문학소녀였던 <아메리칸 스칼러> 지의 편집자 앤 패디먼이 4년에 걸쳐 쓴 18편 가량의 에세이를 담고 있다. 에세이마다 주제가 상이하지만 대체로 독서, 작문, 그리고 그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에 관한 내용이다. <서재 결혼시키기>에서 앤 패디먼은 독서뿐 아니라, 책이라는 물리적인 실체, 책을 다루는 행위에 대해 다시 생각하도록 한다. 우리는 책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소홀했던가. 내용을 떠나서 책 그 자체를 즐기고 만끽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건지 우리는 잊고 살았다.

 에세이 <서재 결혼시키기>는 앤과 그의 남편이 따로 보관하던 책들을 결혼 5년 만에 하나의 서재로 합치는 과정을 그린다. 패디먼 부부는 서재를 정리하고 각자 책을 비교하며 책에 대한, 그리고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 우리는 흔히 독서는 개인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단 한 사람, 독자 본인을 위해 만들어진다. 독자만이 책장을 넘기고 글자를 읽으며 거기에 쓰인 말을 자신의 것을 만든다. 그래서 책(그것이 문학이 되었든 비문학이 되었든)이 내성적인 사람의 전유물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책은 질투가 많은 아이와도 같아, 독자를 독차지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서재 결혼시키기>는 그런 독서의 고립성이라는 고정관념을 깬다. 책을 추천하고 공유하며 (에세이 서재 결혼시키기’), 아이나 부모님과 낭독하고 읽으며 (‘낭독의 즐거움’), 중고서점 탐방을 하거나 소설이 일어났던 배경을 찾으러 모험에 떠나며 (‘집 없는 책’,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갈 때’), 아니면 단순히 누군가가 선물한 책의 속표지에 적힌 메모를 읽으면서 (‘면지에 적힌 글’) 우리는 마음을 공유할 수 있다. 어려운 과정일지도 모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자 있는 것이 외로움, 그리고 고독에 대한 미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책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건네면서 타인을 책 사랑하듯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송원진(문과대 영문19)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