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해진 연예인 설리의 비보는 평온한 오후를 보내던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SNS에선 고인을 기억하는 추모행렬이 계속됐고, 포털의 연예기사 란은 관계자들의 SNS로 도배됐다. 가까운 동료부터, 방송을 함께한 스태프들, 또 생전 별다른 인연은 없지만 추모에 동참한 유명인들까지. 생전 고인이 지녔던 영향력이 새삼 실감나면서도, 한편으론 고인의 주변인들의 SNS를 샅샅이 뒤졌을 기자들 모습이 상상돼 내심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때 아닌 비난의 뭇매를 맞았다. 추모행렬 속에서 쭉 침묵을 지키던, 설리와 절친으로 알려졌던 전() 팀 동료 크리스탈이 대상이었다. ‘왜 추모하지 않냐는 비난부터, ‘고인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둥 억측까지 나돌며 애꿎은 조리돌림이 이뤄졌다. 그녀가 외부와 접촉 없이 사흘 내내 빈소를 지키며 마지막 순간을 끝까지 함께 했다는 증언이 나오고서야 논란은 종식됐다.

 작년 페이스북(Facebook)의 월활동이용자(MAU)는 전년대비 10% 가까이 증가한 23억 명, 인스타그램(Instagram)의 이용자도 10억 명을 훌쩍 넘어섰다. 현대인에게 SNS는 배제할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다. SNS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또 타인의 내면에 접속하려 시도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사회학자 리프킨(J. Rifkin)20년 전 주창했던 소유(possess)의 시대는 가고 접속(access)의 시대가 온다는 예언은 인간의 감정에도 들어맞는다. 인간의 내밀한 속성이자 소유물로 여겨지던 감정도 이제 공공연한 노출과 소비의 대상이 됐다.

 다만 SNS라는 표현의 매개는 결코 본연한 인간감정과 동일하지 않다. 복잡하고 다양한 인간의 감정은 글귀 몇 자로 담을 수 없는 복잡한 층위의 무언가고, 불확실한 실마리만 갖고 읽어내지 못할 무언가다. SNS에 올라간 말들을 퍼 나르고 왈가왈부에 바쁘지만, SNS 밖의 감정에 대해선 너무나도 살피지 않는다. 하물며 소중한 이를 잃은 슬픔을 구태여 알려야할 필요성이 무엇인가. ‘드러냄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용이해진 시대지만, 침묵 너머 웅크린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감수성이 매몰되진 않았으면 좋겠다.

 

박진웅 문화부장 queb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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