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헌고 학생들이 학내 특정 교사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교육을 하고 있다 비판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사들이 현 정권을 비판한 학생을 일베 회원으로 몰아가고, 학내 마라톤 대회에서 학생들에게 반일구호를 외치도록 하는 등 사상독재가 이뤄지고 있다고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불만을 가진 몇몇 인헌고 3학년 학생들이 중심이 된 학생수호연합이 결성돼 수면 위로 이 사안을 끌어올렸고, 서울시 교육청에 문제가 된 인헌고 교사와 교장을 징계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에 1만 여명이 동의하는 등 사회적 파장은 커졌다.

 이는 표면적으로 느껴지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에서 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걸 반증한 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입시 위주 교육으로 인해 진지하게 학생들이 모여 정치를 토론하기엔 시간도 기회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7년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17개의 고등학교 학생들 중 45.9%가 초··고 수업시간에 정치적 문제나 이슈에 대해 한 번도 토론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한다.

 반절에 가까운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정치를 입 밖으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정치적으로 다양한 입장을 학습하지 못하고, 진지하게 어떤 정치적 입장이 옳은지 생각할 기회가 부족한 상황 속에서 자라고 있다. 동시에 그들은 미디어나 수업 중간의 교사의 단편적인 정치 견해를 듣는 등 주로 청각으로 정치를 소비하고 있다.

 인헌고에서 벌어진 사태는 교실 안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현재 내부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외부 정치세력이 개입하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외부의 정치개입이 지속되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제고하기 위한 학생들의 취지가 훼손된다면 교실 안 학생들은 정치적 논의에 대해 지금보다 더 입을 닫을 것이다. 교육현장을 정치적 수단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개선되고 교실 안 모의토론, 투표, 선거 등 풍부한 정치적 논의가 오가는 공론의 장이 조성돼야 한다. 그래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자연스레 확보되지 않을까.

 

김태형 기자 f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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