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세정미디어학부 교수
최세정
미디어학부 교수

 최근 한 모임에서 누군가 온라인 탑골공원을 아냐고 물었다. 처음 들었을 때 어르신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라고 짐작했다며 우스갯소리를 하던 사람들은 한 방송사가 예전 음악순위 프로그램을 24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하는 채널이라는 설명을 듣고 의아해했다. 그게 왜 인기가 있지?

 음악뿐 아니다. 요즘 예전 드라마, 예능, 영화 몰아보기가 일종의 유행이다. 지상파 방송사들 모두 예전의 프로그램들을 올리는 여러 채널을 운영하며 소위 옛드’(옛날 드라마)옛능’(옛날 예능)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예전 프로그램을 그대로 올리는 채널 외에도 짧은 영상으로 편집하거나 요즘 감성에 맞는 자막을 새롭게 입혀 올리는 채널들도 있다.

 이러한 현상이 흥미로운 것은 성인으로서 예전 콘텐트를 직접 경험했던 X세대 이상뿐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 Z세대들도 이러한 콘텐트를 즐긴다는 것이다. 특히 90년대 이후 출생한 10, 20대들에게 이러한 옛날 콘텐트가 인기인 이유는 뭘까.

 먼저 뉴트로(Newtro)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각각 새로움과 복고를 의미하는 NewRetro를 합친 신조어로서 뉴트로는 과거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레트로(Retro)가 회상, 추억의 뜻을 가진 Retrospect의 준말로 과거를 그리워하고 예전의 유행을 회상하며 다시 즐기는 경향을 의미하는 것과 달리 뉴트로는 과거의 것을 새롭게즐기는 것이다.

 미디어 콘텐트는 그 시대의 라이프스타일, 가치, 유행을 잘 표현하고 대중적인 파급력을 가졌기 때문에 과거를 회상하고 함께 추억하는 대상으로 적합하다. 누구나 동년배들과 어릴 적 봤던 만화, 청소년 시절 듣고 봤던 음악, 드라마, 영화 이야기를 하며 동질감을 느끼고 추억을 공유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 콘텐트를 직접 경험한 세대의 레트로에 머물지 않고 뉴트로로 진화한 것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전에는 편성시간에 따라 실시간으로 방송을 시청해야 했지만 지금은 온라인에서 다양한 콘텐트를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동영상 이용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다양한 콘텐트에 대한 수요가 생겼다. 물론 수많은 1인 크리에이터들이 생산하는 콘텐트를 비롯해 새로운 유형과 내용의 콘텐트가 풍부하지만 예전에는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추억의 콘텐츠를 다시 즐길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재미를 준다.

 나아가 예전 콘텐트를 그대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편집하고 공유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모디슈머(modisumer), 프로슈머(prosumer)가 의미하듯이 보다 능동적으로 콘텐트를 소비하는 젊은 세대는 옛날 콘텐트에서 발견한 재미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가치를 덧입혀 공유한다. 영화 <타짜>의 곽철용 사례처럼 누군가 재미있게 재해석하고 표현한 예전 콘텐트가 반향을 일으키고 재생산되며 트렌드로 확대된다. 이러한 변화를 깨달은 지상파 방송사들은 그들의 레전드 콘텐트를 온라인에서 쉽게 접하도록 해 소비자들이 이런 콘텐트를 놀이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한다.

 이렇듯 현재 미디어 환경은 전문 방송 콘텐트와 1인 크리에이터 콘텐트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서로 영향을 주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콘텐트가 제작된 시기보단 자신의 취향을 중심으로 콘텐트를 선택, 소비하고 능동적인 놀이를 통해 예전 콘텐트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 창출, 공유하는 뉴트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뉴트로를 통해 젊은 세대가 선배 혹은 부모 세대의 경험과 감성을 이해하는 기회도 확장하여 세대 간 공감도 제고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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