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애청하고 있다. 공효진이 식당주인으로 나오고 강하늘이 순박한 시골 순경으로 나온다. 공블리가 나오는 드라마니 안 재밌을 수 없겠지만 내가 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배경 때문이다. 극중에서 옹산시로 나오는 바닷가 마을이 내가 근무하고 있는 포항 구룡포다. 드라마를 볼 때마다 어 내가 가봤던 거리인데’, ‘어 저기는 구룡포 과메기문화관 앞인데말하면서 본다. 얼마 전 학교 주변에 내가 매일 출근하는 도로가 나와서 기뻤다. 조금만 더 가면 학교가 나올 텐데 하면서.

 지난 8월에 친구와 함께 KBS <개그콘서트> 방청을 간 적이 있다. 중학생 때 이후로 개그콘서트를 본 적이 없지만 내가 나온 편을 보기 위해 본방 사수했다. 개그를 보기 위함이 아니라 혹시라도 내가 화면에 조금이라도 나올까봐 봤다. 평상시엔 코미디 프로그램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날따라 모든 개그코너가 다 웃기었다. 나와 연관성이 조금이라도 생기니 없던 흥미도 생겼다. 숨은그림찾기 하듯이 주의 깊게 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영국에서 영어교사를 위한 연수에 참가했다. 그 때 강사가 강조한 교사의 첫 번째 덕목이 바로 연관성(relevance) 찾기였다. 자기 삶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을 때 학생들은 흥미를 보이고 동기를 갖는다. 나와의 연결고리를 찾는 순간 의미부여가 저절로 되고 더 알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미용과 상업을 배우는 특성화고에 근무하다보니 학생들의 학습동기가 인문계고에 비해 낮은 편이다. 학생들이 항상 하는 소리가 영어 몰라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 ‘번역기 쓰면 된다이다. 졸업하고 미용실에서 취직할 건데 영어가 무슨 쓸모가 있느냐며 호소한다. 자신의 삶과 괴리된 이야기만 하니 본인들도 답답한 노릇일 거다. 당장 to 부정사 용법을 가르치기보다 영어가 그들의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찾아주는 것이 시급했다. ‘파운데이션’, ‘아이쉐도우등 학생들이 사용하는 화장품의 대부분 용어가 영어라고 알려주면서 영어와의 연결고리를 하나씩 잇게 했다. 이제는 조금이라도 눈길을 주는 눈치다.

 학창시절 수학시간이 가장 힘들었다. 이제는 근의 공식이 뭐였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수업을 들으면서 과연 저 수학공식들이 나와 무슨 상관일까 생각해 본적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지금까지 해당공식을 사용할 일이 없는데 나는 왜 외우기에 급급했을까. 구글에 검색하면 나와 있는 지식을 머릿속에 하나 더 넣어주기보다 교사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학생들의 삶과 배우는 내용의 연결고리를 찾아 주는 게 아닐까. 나랑 관련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눈길이라도 줄 테니깐. 이 때 비로소 알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길 테니깐.

 

<BONA>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