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1 15:10 (목)
“이제 자유, 정의, 진리에 ‘박애’가 더해져야 합니다”
“이제 자유, 정의, 진리에 ‘박애’가 더해져야 합니다”
  • 송채현 편집국장
  • 승인 2019.11.03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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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문석(정경대 행정학과) 명예교수 인터뷰
안문석 명예교수는 "미래세대의 대학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용감하게 시도하는 '살아있는 실험실'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안문석 명예교수는 "미래세대의 대학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용감하게 시도하는 '살아있는 실험실'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의 기술 중심 사회를 이끄는 거대한 두 개의 수레바퀴가 있다. ‘첨단기술과 이 기술이 창출한 수요

 이제 세계에는 인공지능이 이끌어갈 제4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 예견하고 대비한다면 축복이지만 준비하지 못한다면 재난이다. 상상조차 어려운 미래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대학에 요구되는 변화는 무엇이며, 지성인은 어떤 자세를 갖춰야 할까. 우리 사회의 정보화 혁명 당시 전자정부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며 한국을 정보화 사회의 우등생으로 이끈, 안문석 명예교수가 제시한 답을 들었다.

 

- 미래 사회가 어떤 형태로 다가올 거라고 예측하십니까

초연결사회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4의 물결은 인공지능과 인간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인류를 만들어낼 거예요. 이들은 가상공간과 증강현실, 물리적 공간이 융합해 경계를 알 수 없는 생활공간에서 살아갈 겁니다. 또 인공지능으로 인한 새로운 수요와 시장이 만들어질 거예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지만, 새로운 수요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노력 없이는 결코 이뤄질 수 없습니다. 전통적인 정치·행정체제를 대체할 수 있는 미래 시대에 적합한 의사결정시스템과 제도가 등장해야 합니다. 이것을 새로운 거버넌스라고 부릅니다. 첨단기술이 만들어낼 선순환 고리의 핵심이지요.”

 

- 흥미롭습니다. 새로운 거버넌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다가오는 세상을 저는 클로니즘(Clonism) 세상이라고 정의합니다. ‘부분이 전체이고 전체가 부분인세상, 즉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은 전체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으며 전체는 부분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는 세상을 말합니다. 마치 우리 몸의 세포 하나가 아프면 그것을 의식이 알아채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러한 현상이 인류에도 나타나고 있어요. 인류를 구성하는 한 사람이 고통 받으면 전체가 아픔을 느낍니다. ‘한 사람의 고통이 모두의 고통이 되는세상인거죠. 이런 세상에서는 가장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거버넌스가 필요합니다. ‘한 마리 길 잃은 양을 돌보는새로운 거버넌스가 요구되는 것이죠. 이 철학을 고려대부터 시작하길 바랍니다. 고려대의 교훈 자유, 정의, 진리박애가 추가됐으면 해요.”

 

-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새로운 거버넌스 구축 외에 다른 대안으론 무엇이 있을까요

인공지능에게도 법인격을 부여해 세금을 받아야 해요. ‘AI인거죠. 이 세금을 인간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하면 됩니다. 인공지능에게 법인격을 부여하지 않는다면 자율자동차 상용화도 어렵습니다. 법인격이 있어야 사고가 났을 때, 자율주행 자동차에게 야단칠 수도 있는 것이죠. 현재 우려되는 문제들을 대비하기 위해선 인공지능에 법인격을 부여하고 세금을 받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해요.

 인간은 이제 자동화가 일어나기 어려운 분야에서 일자리를 갖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생존에 필요한 건 인간의 일이 아니게 되죠. 음악, 미술, 체육 등 자기만의 예술을 취미로 가져 꾸준히 능력을 길러야 해요. 나중에는 그 취미가 밥벌이를 해줄 거예요.”

 

- 4의 물결이 다가옴에 따라 대학 교육에도 많은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의 대학은 한 공간에 학생들을 모아두고 교수가 지식을 전달하는 공장형태죠. 1, 2차 제조업 혁명의 산물입니다. 정보화 혁명을 거치며 지식의 시공간적 한계가 많이 완화됐습니다. 이제 새로운 환경에 맞춰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형태의 캠퍼스로 나아가야 해요.

 인터넷의 등장으로 지식의 생산과 전달이 일반화 됐어요. 과거 엘리트의 전유물이었던 지식의 저변화가 이뤄진 거죠. 위키피디아와 같은 집단지성이 살아 숨 쉬는 공간도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니 지식의 전달이 일방통행이었던 대학 강의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거꾸로 수업이 등장했죠. 학생이 교수의 과제를 미리 연구해오면, 교수가 질문을 던지고 집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형식으로 수업이 진행돼야 합니다. 교수는 지식 전달자가 아닌, 여러 지식을 하나로 화합해서 정답을 도출하도록 이끄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역할을 해야 하죠.”

 

- 미래 세대 대학에는 어떤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할까요

자유롭고, 창의적인 대학문화가 우선돼야 합니다. 지식과 정보의 수명이 크게 단축된 작금에는 과거의 정답이 더 이상 정답이 아닌 세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정답을 모르고, 누가 정답을 맞출지도 모르죠. 대학은 이제 살아있는 실험실이 돼야 합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용감하게 시도해보는 연구가 이뤄져야 하며 이를 격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죠. ‘나만 따라라가 아닌 ‘I might be wrong’이라는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포용하고, 기득권에 메이지 않는 다양한 집단지성이 살아 숨 쉬는 연구환경이 조성돼야 해요.”

 

- 고려대는 스마트캠퍼스 구현을 위해, ICT/IoT 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위원회와 스마트캠퍼스의 궁극적인 비전은 무엇입니까

다가오는 제4의 물결을 제대로 준비하자는 것입니다. 고려대는 그간 모든 구성원이 노력하여 세계적 수준의 하드웨어를 갖췄습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인 첨단기술은 개별화된 서비스, 선제적 서비스, 시공간적 제약을 벗어난 강의, 자유로운 가상 실험실 환경 등 새로운 요구를 하고 있죠. 이 시대가 요구하는 스마트한 대학을 구축하기 위한 첫 시도가 ICT/IoT 위원회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첨단기술을 응용한 교내 디지털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학내 구성원들이 새롭게 인식하고 있는 문제와 수요를 찾아 이를 첨단 ICT기술을 통해 충족시킬 것입니다. 신속한 학생증 발급, 공간쉐어링 시스템, 효율적인 전기 소비를 위한 스마트 센서 활용 등 여러 번의 미팅을 통해 캠퍼스 구성원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단기 프로젝트를 선정해 총장님께 건의했습니다. 곧 중장기 프로젝트도 성안할 예정입니다. SK미래관이 그 첫 실험장소입니다. 프로젝트 중간 중간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듣고 반영한다면 3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 고려대 구성원들이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자질은 무엇입니까

4의 물결을 가져온 첨단기술에 대한 지식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가장 잘 사용하는 국가, 조직, 개인이 승자입니다. 그러니 모든 고대인들은 인공지능 언어를 배워야 합니다. 전공 불문하고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하죠. 3차 산업혁명 초기에 고려대는 컴퓨터 언어인 FORTRANCOBOL을 전교생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박사학위 자격시험에서 이들을 제2외국어와 같은 대접을 했어요. 당시의 경험을 살려, 공과대에서 사용하기 쉬운 인공지능 언어를 개발해 강의와 연구에 활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 디지털 기록문화의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다가오는 세상에는 각 개인의 다양하고 개별화된 데이터의 디지털화가 필요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험을 데이터화 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죠. 자신의 삶을 관찰하고 이를 기록 및 저장하는 방법을 대학에서 강의하고, 체계적으로 도와야 합니다.”

 

- 지금 이 순간 고려대가 가장 고민해야 하는 지점은 무엇입니까

한국 고등교육을 선도하는 고려대는 무엇보다도 수월성평등성의 조화를 고민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승자독식사회예요. 승자독식사회에서는 뛰어난 연구능력을 갖는 교수를 국내외에서 초빙해 세계최고의 연구능력을 구비해야 하죠. 정답을 모르는앞으로의 세상에서 고려대는 다양성과 자유가 살아 숨 쉬는 대학이 돼야 합니다. 괴짜가 인정받는 대학이 돼야 하는 것이죠.”

 

- 마지막으로 고려대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은

고려대의 장점은 이성과 야성입니다. 그 중 야성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요한 덕목인 도전정신의 뿌리예요. 용기를 갖고 무엇이든 시도하세요. 모든 고려대 구성원이 평생교육과 재교육을 좌우명으로 삼고, 이성과 야성의 조화를 이루고 남에겐 관대하고 자신에겐 엄격한 문화를 만들길 바랍니다. 이러한 문화 하에서 고려대는 4차 산업혁명의 메카가 될 것입니다.”

 

송채현 편집국장 bravo@

사진두경빈 기자 hayabusa@

 

WHO? 안문석 명예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졸업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 전자정부특별위원회 위원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산시스템개발실장 역임

고려대학교 교무부총장

고려대학교 행정문제연구소장, 기획처장, 정책대학원장

고려대학교 ICT/IoT 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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