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 고려대학교 교우회장

  고대신문 창간 72주년을 33만 교우들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고대신문은 1947113, 한국 최초의 대학신문으로 창간했습니다. 창간일은 광주 학생운동 기념일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부당한 차별에 맞섰던 학생들의 의기(義氣)를 기억하며, 학생이 주인이 되는 대학언론의 길을 개척하는 선봉에 섰습니다.

  한국에서 4년제 대학교육이 본격화되던 당시를 고대신문 창간사는 위대한 수난기로 규정하고, “이 나라 이 민족의 위대한 수난기에 제회(際會)하여 진리의 사도는 과연 여하한 태도로써 그의 진로를 개척할 것인가?”라고 질문하였습니다. 이어 스스로 답하기를 무릇 대학교육의 인격연마는마땅히 정의에 용감하고 소신에 과감한 국가 유위의 인재양성에 목표를 두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72년의 역사를 거치며, 고대신문은 정의에 용감하고 소신에 과감한 대학 신문의 정도를 걸어왔습니다. 특히 한국의 민주화가 시대적 과제였던 시절, 고대신문은 기성언론이 미처 다하지 못했던 정론직필의 사명을 다하며 대학을 넘어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까지 담당했습니다. 내년 60주년을 맞이할 4.18 고대생 의거와 4.19혁명은 고대신문이 사설과 기사로 수차례 청년 학생들에게 경종을 울린 결과였습니다. 19527월 최초의 필화 사건을 시작으로 권위주의 정부의 숱한 탄압 속에서도 고대신문은 끊임없이 민주화를 외쳤고, 오늘의 선진 민주주의 국가를 이루는 데에 기여해 왔습니다.

  고대신문은 재학시절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균형으로 시의적절한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 기사들은 고대생들에게 새로운 각성을 일으켰습니다. 대학본부에서 시행하는 학교 행정 변화를 비롯해 교수 사회의 동향과 학생문화의 변천상에 대해서도 충실히 기록해 왔습니다. 무엇보다 학생 여론의 대변자로서 학내 구성원들의 소통과 화합에 기여해 왔습니다. 이처럼 고대신문은 대학역사를 기록하는 사관(史官)이자 대학 구성원간 매개로서 고대인의 정체성을 길러주는 역할도 담당했습니다.

  72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고대신문은 창간 당시와는 매우 다른 매체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고대신문은 오래전부터 이를 감지하고 앞장서 변화를 시도해 왔습니다. 이제 좀 더 과감한 혁신을 통해 대학언론의 선구자다운 면모를 보여줄 것을 기대합니다. 그러할 때 위대한 수난기에 탄생한 고대신문이 위대한 전통을 쌓아가는 매체로서 언제까지나 고대인 모두의 자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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