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 연세춘추 편집국장

  고대신문의 창간 72주년을 축하합니다. 시험 기간과 방학을 제외하고 매주 신문을 발행하는 연세춘추의 기자로서 같은 상황인 고대신문을 보며 놀랄 때가 많습니다. 깊이 있는 통찰과 쉽게 읽히는 문장, 다채로운 소재 등 고대신문의 기사에 자극을 받곤 합니다. 대학언론의 본령은 학내 구성원들의 알 권리 증진과 공익 실현입니다. 이에 견주어 볼 때 고대신문은 그 역할을 준수하게 수행하고 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대신문의 창간 기념일이 1947113, 즉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일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살아있는 권력에 저항했던 학생들의 정신을 기리며 고대신문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경이감을 느낍니다. 고대신문의 기자들이 그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길 만합니다. 창간 72주년을 맞이하며 그간 올곧은 비판 정신으로 보도에 임해온 선배들의 유산이 현직 기자들에게도 남아있는지 돌아볼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기호학자이자 작가인 움베르토 에코는 <0>라는 소설을 유작으로 남겼습니다. 소설에는 다수의 매체와 기업체를 소유한 어떤 자본가가 신문을 만드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의 목적은 자극적인 보도를 쏟아내는 언론을 통해 권력을 장악하는 것입니다. 에코는 진실이 아닌 누군가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언론의 일탈을 유쾌하게 풍자했습니다. ‘저널리즘의 위기라는 말이 더는 새롭지 않은 요즘입니다. 대학언론도 그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도 오롯이 대학언론의 몫입니다.

  고대신문과 연세춘추는 다른 학보사와 비교할 때 안정적으로 신문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을 갖췄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안정 때문에 안주하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 합니다. 학교 안과 밖 권력을 향한 비판의식이 무뎌지진 않았는지, 기존의 문법에 갇혀 변화를 주저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바쁜 학교생활 와중에도 꾸준히 신문을 만드는 연세춘추에 고대신문은 든든한 길동무입니다. 앞으로도 이 동행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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