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본교 교수·국어국문학과

  2019<고대신문 문예공모> 시 부문에 응모한 여러 작품은 대체로 개인의 전망과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고민의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좀처럼 일어나지 못한다고 야유하지 않으며, 고개를 들고 희망차게 걸음을 옮긴다고 환호하지 않는 것이 시다. 시는 좌절과 환호에 공감할 만한 맥락이 없다면 이를 기만과 과시로 받아들여 시인에게 자신의 상처와 마주보기를 요청한다. 자기의 상처를 똑바로 쳐다보는 것은 본인에게는 용기를, 독자에게는 공감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바로 그곳이 시적인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 생성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응모작에서 아쉬운 부분이 여기였다. 많은 시가 쉽게 고민을 덮거나 부풀려 포기나 방기의 태도를 보여주었다. 맥락 없는 의 고백은 은밀한 면죄부로 여길 수밖에 없으며 맥락 없는 추방은 편안한 휴양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망각의 영역에서 꺼낸 이미지들을 배치하여 최초로 품었던 마음을 형상화하는 작업은 그러한 의심을 지우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겨울산책>을 당선작으로 꼽은 이유가 이와 관련된다.

  물론 이 시에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인이 제시한 치기에 대한 맥락은 성글어 보이며, 무엇보다 시작과 마무리의 목소리는 그러한 슬픔이 있다고 말하기에는 편안하게 들렸다. 그러나 이 시에는 아쉬운 점과 함께 정직하고 오래 공들인 시간을 바탕으로 표현한 말들이 있었다. 단적인 예를 들면 이렇다. ‘날릴 일 없다며 날개를 접은 눈에 대한 표현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밟힌 눈물이 얼어 단단히 뭉쳐진 덩어리에는 공감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특히 그림자’, 그리고 젖은 신발이 쌓아 올린 이미지들의 논리는 선명했고 미더웠다. 굴을 파는 토끼를, 눈이 덮이는 겨울밤을, 그리고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길을 오래 쳐다보고 생각했을 그 시간에 신뢰를 보낸다. 앞으로도 시를 쓰고 싶었던 최초의 마음이 정확히 표현되기를 기원하며 당선자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