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세현
고려대·인문대 미디어문예창작14

 

  작년 말과 올해 초는 숙원이라 불릴 과업들이 순식간에 진행되는 시기였습니다. 핑계겠지만 너무 힘들어서 쓸 수 없던 문장들이 너무 편안해져서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이 한편으론 무척 좋기도 했습니다. 최근에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 예전에 적은 것들을 퇴고하고 새 시를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느낀 바는 그간 편안하지 못해서 힘들었지만, 편안해지더라도 역시 세상살이는 힘들다는 거였습니다. 이걸 조금 깨닫고 나자 새로운 문장들, 혹은 예전에 감춰두었던 문장들이 더 수월하게 발굴됐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4학년 학부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이 시기에 생각에도 없던 수상소감을 적고 있습니다. 그저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네요. 류설옥 여사님을 비롯해서 언제나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우리 가족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지금의 저를 있게 만들어준 대건고 친구들, 세종에서 함께 시를 쓰고 공부했던 유현이 형과 이영광 교수님 그리고 강짓과 시숨 멤버들, 안암에서 만난 귀한 인연들이자 심리학보다는 술을 더 탐구했던 심리학연구반, 당선 소식을 받기 전날에도 열심히 같이 마셨던 골집 사장과 손님들. 정말 사랑합니다. 그리고 제게 처음으로 시를 가르쳐주시고 문학이라는 길로 이끌어주신 이정록 선생님,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이 누구보다 크기에 부족한 제자는 죄송한 마음 역시 큽니다. 조만간 3만원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저번에 얘기하신 것처럼 선생님은 저보다 5000원 더 들고 나오시면 됩니다. 박세현이 아닌 류세현으로서 선생님께 처음으로 술 따라드리고 저도 감사히 받겠습니다.

  조금 더 불편해질 준비가 잘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고민하겠습니다. 게으르고 집중력이 없는 터라 열심히 쓰겠다고는 약속할 수가 없네요. 그래도 절대로 시를 잊지 않겠습니다. 시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제가 찾도록 더 노력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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