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 주민들은 정릉을 한번 살면 빠져나가기 어려운 정 많은 동네라 소개한다. 세월의 풍파에도 주민들과 함께 나이 든 정릉엔 옛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정릉의 마을 기록가들이 열심히 마을을 돌아다니며 기록한 우리 삶의 단면들을 소개한다.

#1. 대성이발관

  점점 이발관을 찾기 어려워지는 시대지만, 정릉엔 긴 세월 동안 꿋꿋하게 동네를 지키고 있는 이발소가 여럿 남아있다.

  대성이발관은 개업한 지 30년 된 고참 이발소다. 경력 54년 차 이발사가 먼지 한 톨 없이 깔끔하게 관리하며 손님을 맞고 있다. 마을의 이발소들을 찾아다니며 기록한 한정혜(·56) 씨는 이처럼 다양한 삶 을 살았던 윗세대의 경험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을 마을기록의 매력으로 꼽았다. “저보다 마을에서 훨씬 오래 사신, 윗세대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혜도 얻고 배우는 점도 많아요.”

#2. 정릉골

  서울 같지 않은 서울 동네, 도시 속 오아시스 정릉골은 북한산 인근의 농촌 마을이다. 널따란 밭과 낡은 대문, 구불구불한 길들을 보자면 이곳의 시간만 느리게 흐르는 것 같다.

  정릉골은 대하소설 <토지>가 탄생한 장소기도 하다. 정릉천에서 마을 입구로 접어드는 초입에는 그녀의 그림, 그리고 <토지>가 그려져 있다. 정릉골에 15년간 살았던 소설가 박경리는 이곳에서 소설 <토지>1~3권을 집필했다. <토지>에 묘사된 한가로운 농촌의 정경이 서울 한복판 정릉골의 모습에서 따온 건 아닐까.

#3. 정릉천

 

  북한산 기슭 정릉계곡에서 출발해 청계천까지 흐르는 정릉천은 정릉의 마을과 늘 함께하는 하천이다. 정릉에서 가장 큰 시장인 정릉 시장도 이 정릉천을 끼고 있다. 구석구석 마련된 산책로는 주민들의 건강까지 책임진다. 청계천, 중랑천을 타고 한강까지 이어지는 정릉천, 정릉마을기록사업단 전미희 대표는 한데 모인 정릉의 기록은 장차 우리 사회의 기록이 된다고 말한다. “마을의 기록이 모이고 모일 때, 우리 사회의 중요한 모습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 이선우기자 echo@

사진제공 | 정말기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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