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성(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앞으로도 위안부 기록물 발굴과 연구가 세대를 넘어 이어지도록 노 력할 것"이라 밝혔다

  민간 아카이브가 확장되는 상황에서 퀴어, 장애인 등 공동체별로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노력 중이다. 일본군 위안부문제에서도 그 가해 여부를 두고 일본 정부의 왜곡이 이어지면서, 기록의 필요성이 높아지자 최근 여러 아카이브가 등장하고 있다.

  공공기관인 서울기록원(원장=조영삼)도 그 흐름에 동참했다.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정진성 연구팀(정진성 연구팀)이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일본군 위안부디지털 아카이브(‘위안부아카이브)를 구축한 것이다. 지난달 25일에는 아카이브 구축 현황을 소개하고 개선안을 고민하는 '일본군위안부디지털 아카이브 이용 설명회 - 일본군위안부기록 읽기, 기억 잇기가 서울기록원에서 열렸다.

위안부관련 제3의 시선을 아카이브로

  서울기록원이 구축한 위안부아카이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이 생산한 자료 중 위안부’, ‘위안소등이 언급된 공문서와 관련 사진, 영상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자료는 정진성 연구팀이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2015년 가을부터 수집했다. 현재 위안부아카이브에는 문서 104, 사진 32, 영상 2건이 등재돼 있다. 설명회 1기록 읽기에서는 이들 자료의 특징과 구축 현황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지금까지 위안부와 관련해 공개된 자료들은 대체로 일본군이 생산한 자료였다. 정진성 연구팀이 발굴한 자료는 연합군이 생산한 자료들로, ‘위안부문제에 대한 제3국의 입장을 보여준다. 정진성 연구팀 곽귀병 연구원은 일본군이 생산한 자료는 일본군의 입장에서만 위안부를 바라봤지만, 연합군은 전쟁범죄의 맥락에서 위안부 문제를 인식했고, 일본군의 잔학함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다면적인 태도로 바라 봤다연합군 자료는 위안부 인식에 대한 사고의 폭을 넓혀준다고 설명했다.

  서울기록원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을 진행 중이며, 구축 과정에서 자료의 안정적인 관리 및 보존, 원자료의 충실한 제공 두 가지를 중심 원칙으로 세웠다. 공공기관으로서 민간보다 지속적인 아카이브 유지가 가능하기에 이용자들의 활용성을 극대화하고, 원자료를 이용한 콘텐츠 제작보다는 원래의 자료를 제공하는 것에 목표를 둔 것이다. 서울기록원 보존서비스과 원종관 과장은 공공의 아카이브인 만큼 공적인 자원인 기록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했고, 최대한 안정적으로 아카이브를 유지·제공하려는 의도가 아카이브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흩어진 위안부자료들까지 연계해야

  민간에서 흩어져 진행됐던 위안부기록 수집 및 관리를 서울기록원과 같은 공공영역에서 맡게 된 것은 성과지만,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다. 설명회 2기억 잇기에서는 연구자, 학예사 등 위안부관련 기록 수집, 전시, 활용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 자유롭게 논의할 기회가 마련됐다.

  제일 크게 지적된 부분은 자료의 접근성 부족이다. 현재 아카이브에서 하나의 자료를 찾기 위해서는 여러 번 클릭해야 한다. 사이트에서 쓰이는 용어도 기록학계에서 쓰는 전문 용어가 대부분이라 일반 시민들이 자료를 찾기엔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희움 일본군 위안부역사관 백선행 팀장은 기록을 찾는 과정에서 복잡한 구조나 낯선 용어들로 인해 중간에 길을 잃는 느낌이라며 대중들이 쉽게 접근하고, 활용성을 높이도록 서비스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위안부기록의 관리가 민간 중심으로 흩어져 진행돼온 만큼 관련 문서, 사진, 영상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모였다. 지금까지 위안부피해자들의 증언이나 사진, 이를 뒷받침하는 역사적 맥락 등이 상당한 수준으로 축적됐지만, 이들이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젠더교육연구소 이제(IGE) 최기자 부소장은 증언이나 지도 같이 기록을 생생하게 뒷받침할 자료가 링크를 통해 이어진다면 문제에 대해 시야를 넓힐 것이라 말했다.

  현재 디지털 아카이브 웹 개선작업을 진행 중인 서울기록원은 이날 제기된 피드백을 반영해나가겠다고 전했다. 원종관 과장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도록 인터페이스를 고치고 있고, 여러 번의 클릭 없이 자료를 편리하게 검색하도록 개선 중이라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기록과 같이 민간을 중심으로 진행돼온 기록 관리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선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과 같은 공공영역의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박상화(문과대 사학15) 씨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도 사람들이 이를 기억하도록 기록이 남아야 한다시민들이 자료를 다양한 목적으로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시스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이선우 기자 echo@

사진 | 전남혁 기자 m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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