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8 언론수용자 의식 조사’에 따르면 종이신문을 통한 뉴스 이용률이 2011년 44.6%에서 2018년 17.7%로 감소했다. 온라인 기사, 영상 뉴스, SNS 등 다른 매체가 신문의 역할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막대한 영향력으로 여론을 형성하지는 못하지만, 역사를 반영하는 종이신문의 기록적, 사료적 가치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박순준(동의대 사학과) 교수는 “매체의 편향성을 고려해 철저한 검증을 거친다는 전제하에 종이신문의 사료적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시대를 재현하는 신문광고와 기사
근대 신문이 출현하기 전 사료로 활용할 만한 자료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관찬(官撰) 자료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신문이 출현하면서, 권력자가 아닌 민간의 역사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유바다(문과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신문은 민간에서 발행된 만큼, 광범위한 민간 차원에서의 사실 혹은 여론을 추적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건홍(한남대 사학과) 교수도 “미시의 역사, 즉 생활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옛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재현하고자 할 때, 신문광고나 잡지광고 같은 부차적인 자료를 많이 참고한다”며 “신문에는 공적인 기록이 복원해내지 못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실려 있다”고 말했다.
공적인 기록이 아니기에 현장성과 접근성은 살아있지만, 사건의 당사자를 ‘취재한’ 기록이기에 중심 정보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유바다 교수는 “사건이 발생하고 짧게는 1개월, 길게는 10여년 뒤에 작성된 회고록 등과 달리 신문은 현장성이 살아있지만, 핵심이나 기밀 정보에 대한 접근은 떨어지는 편”이라고 그 특징과 한계를 밝혔다.
독립신문, 황성신문, 대한매일신문 등 초기 근대 신문은, 당시 정치사 서술의 주요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독립협회가 국내 최초로 서구식 의회 창설을 추진했다는 점이 독립신문을 분석하며 밝혀지기도 하고, 황성신문을 통해 을사조약 체결 당시 가장 파급력이 높은 저항행위였던 장지연의 논설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을 연구할 수 있다. 유바다 교수는 “신문기사를 통해 당시 사회단체의 정치적인 지향성을 추적하거나, 신문의 기사 또는 논설이 사료의 유일본으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방 전 발행된 주요 일간지의 광고 또한 가치가 높다. 이를 통해 지금은 알기 힘든 당시의 시대상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다. 박순준 교수는 “오래된 신문일수록 광고는 시대를 반영하는 증거가 된다”며 “지금과는 사뭇 다른 문구나 어법 그리고 조악해 보이는 이미지에 담겨 있는 참신함이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우량아 선발대회’ 광고다. 박 교수는 “요즘에는 모유를 선호하지만, 당시만 해도 모유를 먹이는 사람이 빈부 격차를 느꼈다”며 “분유를 먹고 자란 아이를 광고한다는 건 지금 시대에 특이한 일”이라고 전했다.
대학사 연구에서 학보가 지니는 가치
흔히 학보라고 불리는 대학신문도 대학사(大學史) 연구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대 의 역사기록물 중 하나다. 대부분 대학에서 대학신문을 발행하는 만큼, 그 양도 방대하다. 김정인(춘천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해방 이후 각 대학의 역사를 살필 때, 학보가 큰 역할을 한다”며 “학보는 정부의 대학 정책에 대한 각 대학의 반응, 학생운동의 흐름, 학생들의 생활과 문화 등을 살필 수 있는 보고”라고 말했다.
고대신문을 연구에 활용했던 오제연(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도 “학생들의 논설과 좌담 및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인식을 분석할 수 있었다”며 “대학 내 서클 동향과 주요 인물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고려대 ‘고대신문’, 서울대 ‘대학신문’, 연세대 ‘연세춘추’ 등은 학생운동 연구사료로 활용된다. 대학신문에 실린 축제, 집회, 시위 등 각종 소식을 통해 학생운동사 전반의 사실과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서다.
현재의 학보가 미래의 대학사 연구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외부의 통제와 내부의 나태에서 벗어나 질적으로 우수한 기사가 많이 담겨야 한다. 박순준 교수는 “학보사가 대학 본부의 제약과 통제를 받는 경향이 심하다”며 “예전만큼 날카로운 글을 싣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제연 교수는 “당대 대학의 여러 문제를 깊이 있게 분석하는 기획기사가 중요하다”며 “특히 학생들의 인식과 동향을 여론조사나 심층 면접, 집단좌담 등을 통해 분석하는 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학신문도 대학의 언론이라는 점에서 진실과 정론에 입각해 치열하게 취재와 집필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군찬·박성수기자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