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정치인 자녀의 대학 입시논란 사건이 있었다. 여전히 시끌시끌한 이 사건에서 시작된 날개짓은 여러 폭풍을 몰고 왔는데, 그중 하나가 얼마 전 교육부에서 발표한 자사고·특목고(외고, 국제고) 폐지 안건이다. 교육부는 고교 서열화에서 나타나는 불공정한 현상의 문제를 논하며 일반고가 고등학교 교육의 중심이 되려면 다각도의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표가 나오자 제일 먼저 발 빠르게 움직인 건 부동산 업계였다. 입시에 유리한 고등학교를 찾으려는 사람들의 맹모삼천지교는 빠르게 시작됐고, 입시나 부동산 관련 사이트에선 <일반고 SKY 입학 순위> 관련 글이 인기를 끌었다.

  나는 소위 말하는 뺑뺑이가 아닌 고입선발고사에 해당하는 지방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3이 되어 자기 일이 되자 친구들은 다들 하나둘씩 고등학교 진학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우연히 검색하다 알게 된 외고의 존재는 외국어에 참 관심이 많았던 내 구미를 당겼다. 그렇게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3학년 중반이 다 되어서 외고 입시를 준비했다. 지방이라는 특성상 상세한 정보를 얻기 힘들어 준비라고 해봤자 서점에서 구입 가능한 몇 년치 기출문제를 풀어본 게 전부였는데 입학시험에서 생각지도 못한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렇게 얼떨결에 소 뒷걸음질 치듯 외고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러나 단순히 외국어가 좋아서 입학한 사람에게 외국어고등학교는 생각과 많이 다른 곳이었다. 홈페이지에 대문짝만하게 걸린 학교 소개와 달리 아무런 흥미 없이 주변의 권유와 등살에 떠밀려 온 사람들이 많은 학교 풍경은 현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입학한 나에겐 매우 낯선 광경이었다. 그리고 모두에게 재밌는 줄 알았던 전공어 수업은 학년이 올라가자 자연스럽게 대다수의 애물단지 수업으로 전락해버렸다.

  자사고, 특목고가 수십 년 동안 만들어낸 변화는 실제로 기이하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에 이러한 사단이 나타났다고 설명하긴 무리가 있다. 몇 년 주기로 흔들리는 교육과정 속에서 수십만 수험생들은 자신들이 언제 실험쥐가 되었는지 인지하지도 못한 채 시험대에 올라선다. 수시로 바뀌는 교육과정에 맞추다 보면 어느 순간 자기 자신은 사라지고 경주마로 변한다. 그러한 현실이 어쩌면 과정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 보단 결과를 더 중시하게 만드는 문화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대학입시 논란뿐만 아니라 취업 비리와 같이 인생의 중요한 부분에서 매번 비슷한 문제들이 나타나는 것을 봤을 때도 지금 우리 사회에 선 여전히 과정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번 폐지정책은 교육부에서 말한 다각도의 정책적 노력의 시작이지만 과연 올바른 노력의 시작인지 의문이다. 문제점에 내재한 본질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국 지금과 같은 현상은 또 반복될 것이다. 누가 알까? 10년 뒤 마이스터고가 특목고처럼 되어버릴지. <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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