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할 공간이 마땅치 않은 공연 동아리 부원들이 학생회관 복도에서 비좁게 연습하고 있다.

  3층부터 6층까지, 서울캠 학생회관 복도가 학생들로 꽉 찼다. 본교 공연 동아리들이 복도를 연습실 삼고 있어서다. 서울캠 학생회관에는 세 곳의 동아리 연습공간이 있지만, 동아리 수와 인원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상황은 세종캠도 마찬가지다. 동아리방이 작아 연습하기 불편하고 대체공간인 진달래관도 이용자가 많아 자주 사용할 수 없다. 연습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이들은 자연스레 복도로 밀려난다. 게다가 이 복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서, 동아리 부원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아가며 자리를 맡기도 한다.

공간 예약사이트 광클자맡부까지

  서울캠 공연 동아리들은 학생회관 5층 세미나실, 6층 연습실과 공연장을 연습공간으로 활용한다. 장소 대여는 한 달 전부터 온라인을 통해 선착순으로 이뤄지는데, 연습공간이 필요한 동아리가 많아 예약 경쟁은 수강신청을 방불케 한다. ‘극예술연구회(회장=임태성)’ 소속 오수빈(미디어18) 씨는 대부분의 동아리가 연습하는 오후 7시에서 10시까지는 특히 예약이 힘들다부원 다섯 명 중 한 명 정도 성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지어 작년에는 예약에 매크로를 사용한 단체가 적발돼 사과문을 쓰기도 했을 만큼 연습공간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공간 예약에 실패한 동아리는 학생회관 복도를 찾는데, 이마저도 차지하기가 쉽지 않다. 스트릿댄스 동아리 ‘KUDT(회장=박수현)’ 소속 한동훈(보과대 보건정책18) 씨는 “1교시부터 한 시간 반씩 교대로 복도 자리를 맡아둔다대동제 기간에는 새벽부터 밤새 대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게다가 4층과 5층 복도에는 거울이 없어서 연습에 부적합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KUDT 김준희(경영대 경영19) 씨는 복도 자리를 맡는 데 쓰이는 시간이 적지 않다연습공간이 더 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4·18 기념관 지하에도 동아리 연습공간이 두 곳 있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댄스스포츠 동아리 불아스의 최성우 회장은 “4.18 기념관도 수요가 많다며칠 정도만 늦게 예약하려 해도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교내 연습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동아리는 외부 연습실을 찾아야 한다. 최성우 회장은 반드시 연습해야 하는 날 자리가 없으면 사비를 들여 외부 연습실을 빌린다고 말했다. KUDT도 외부 연습실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 박수현 회장은 매번 이용하기엔 비용이 부담스러워 최대한 학생회관 공간을 확보하려 한다고 했다. KUDT자맡부(자리맡기부)’를 별도로 운영할 정도로 공간 확보에 힘을 기울인다. 불아스 최성우 회장은 중앙동아리 연행예술분과 동아리뿐만 아니라 각 단과대 동아리들도 연습실이 필요하다그에 비해 실제로 연습할 수 있는 장소는 적어서 과열된 경쟁 양상을 띠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습공간 부족한 건 세종캠도 마찬가지

  세종캠 공연 동아리도 상황은 비슷하다. 50명에 이르기도 하는 공연 동아리 부원을 수용하기엔 동아리방 크기가 턱없이 좁다. 뮤지컬 동아리 ‘K-ASTING’의 최유철 회장은 동아리 부원이 모두 들어가 연습하기엔 동아리 방이 작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흑인음악 동아리 비트앤소울(회장=임동환)’의 이태규(과기대 전기융합19) 씨는 동아리 부원은 30명인데 10명만 들어가도 동아리방이 꽉 찬다고 말했다.

  다른 연습공간으로 학생회관 3층에 진달래관이 있지만, 수요가 많아 사용하기 쉽지 않다. 연극동아리 (회장=이한나)’ 소속 정찬우(글로벌대 융합경영17) 씨는 연극 실전연습은 배우뿐 아니라 스텝들도 같이해 좁은 동아리방에서는 할 수 없다학생회관에 있는 진달래관이 유일한 연습공간이지만, 사용하는 동아리가 많아 자주 이용할 수 없다고 전했다. 공연 기간이 다가올 때는 강의실을 빌려 연습하기도 한다. ‘K-ASTING’의 최유철 회장은 주말을 제외한 평일 오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강의실을 빌릴 수 있다주말에는 이용이 안 될 뿐더러 평일에도 이용가능 시간이 저녁 4시간으로 제한돼 그전에는 이용할 수 없어 아쉽다고 했다. 강의실이 마땅한 대안이 되는 것도 아니다. 스트릿댄스 동아리 ‘UDF’의 배효진 회장은 강의실에서 연습하기엔 동선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캠 동아리에도 강의실은 별다른 대안이 되지 못한다. KUDT 박수현 회장은 춤 연습에는 거울이 필요한데 강의실에는 없다그 많은 책상을 매번 옮기는 것도 무리라고 했다.

공간 부족 문제 알지만, 뾰족한 수 없어

  동아리연합회(회장=황준철, 동연) 관계자와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고충을 알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황준철 서울캠 동아리연합회장은 학생회관 4, 5층 복도에 거울을 설치하는 건에 관해 동연 내부에서 이야기를 나눴지만, 거울을 사용하지 않는 동아리들의 활용공간이 줄어든다는 반대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 학생회관 1하니쉼터를 연습실로 활용할 수 있을지 학교와 논의했으나 관리가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학생지원부 관계자는 학생회관과 4.18 기념관에 연습공간으로 할애할 만한 장소는 더 이상 없다고 말했다. 세종캠 역시 이렇다 할 해결책이 나오지 못한 상황이다. 세종캠 학생 복지팀 관계자는 동아리방 자체가 부족해 학생들의 연습공간이 부족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지금 당장 연습공간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규연·이동인기자 press@

사진이동인기자 what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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