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베리 다이스키

                                                                              신지상.지오

  아빠는 말씀하셨다

  너무 작은 것들까지 사랑하지 말라고

  작은 것들은 하도 많아서

  네가 사랑한 그 많은 것들이

  언젠간 모두 널 울리게 할 테니까

 

  나는 나쁜 아이였나 보다

  아빠가 그렇게 말씀하셨음에도

  나는 빨간 꼬리가 예쁜

  플라밍고 구피를 사랑했고

  비 오는날 무작정 날 따라왔던

  하얀 강아지를 사랑했고

  분홍색 끈이 예뻤던

  내 여름 샌들을 사랑했으며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갈색 긴 머리 인형을 사랑했었고,

  내 머리를 쓱쓱 문질러대던

  아빠의 커다란 손을 사랑했었다

 

  그래서 구피가 죽었을 때,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때,

  샌들이 낡아 버려야했을 때,

  이사를 오며 인형을 버렸을 때

  그리고,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그때마다 난 울어야했다

 

  아빠 말씀이 옳았다

  내가 사랑한 것들은 언젠간 날 울게 만든다

 

  만화 <very! very! 다이스키>중에서


  아주 오래전 일이다. 어릴 적 서울로 전학가게 되어 울고 있던 나에게, 친구는 어른이 되면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머리가 크면서 알게 된 것은 모든 인연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이다.

  언젠간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발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내 강아지가 없을 것이고, 배가 고파 거실로 나갔을 때 라면을 끓여주는 오빠가 없을 것이고, 눈을 비비적거리며 안방으로 갔을 때 꼭 안아주는 엄마가 없을 것이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때마다 술을 사주는 아빠가 없을 것이다.

  어른이 되었음에도 소중한 이들과의 이별은 두렵기만 하다. 하지만 그들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내 삶은 무채색이었을 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한 것들은 언젠가 날 울게 만들겠지만, 나는 삼순이 언니처럼 살고 싶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강민주(경영대 경영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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