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 본교 교수
통일외교
안보전공

  갑자기 눈 덮인 백두산에 백마를 타고 나타나더니 금강산으로 내려가서 폭탄선언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백마 탄 사진이 노동신문에 게재되자 전례 때문에 대북정책 관계자들은 긴장했다. 북한의 관영 매체들은 지난 1017일 김정은이 백두산에 오를 때마다 새로운 전략적 노선들이 제시되고 세상을 놀래 우는 사변들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과연 이번 김 위원장의 백두산의 백마 퍼모먼스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일주일 만에 드러난 백마의 결단은 금강산 시설 철거였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협사업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이라고 선전해 왔다. 하지만 김정은은 남북 경협의 상징인 금강산 사업에 대해 잘못된 정책이라고 혹평하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다. 그는 금강산에 대한 관광 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백두산 백마 등정 후 첫 육성 지시로 금강산 시설 철거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3대 세습제 정권인 북한에서 신격화 대상인 김일성·김정일의 정책을 공개 비판하는 것은 금기사항이다. 김정은이 선대(先代)의 정책을 대남 의존적이라고 정면 비판한 것은 북한에서 최초의 사건으로 평가해도 무방하다. 김정은의 지시로 해금강호텔 등 7800억 원이 투입된 현대아산의 금강산 사업은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건설한 문화회관, 야난티 그룹이 투자한 깔데기홀골프장 등 21개의 시설물이 철거될 상황이다. 특히 북측은 남측과 대면 접촉보다는 문서로 철거 문제를 협의할 것을 제안하였다. 북측은 문대통령 모친상 발인 전날 판문점을 통해서 조전(弔電)을 보내왔지만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동해안으로 방사포 2발을 발사했다. 결국 지난 199810월 현대그룹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간에 합의서가 체결되어 같은 해 1118일 해로 관광으로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게 됐다.

  김정은의 금강산 시설 철거는 남측에 대한 압박과 동시에 믿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절묘한 힘겨루기 게임을 하고 있는 김정은에게 지원을 약속했다. 구체적인 지원은 식량 지원과 대규모 중국 관광객 송출이었다. 모두 유엔 안보리 제재와 무관하다. ·중 밀월로 중국인의 북한 여행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 5월 중국국가여유국은 지난해 북한을 찾은 중국 관광객이 120만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중국이 마지막으로 북한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 수를 공개한 2012년 관광객 수가 24만 여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5배가 늘어났다. 올해 200만 명 돌파는 시간문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서 관광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 관광객을 유치해서 금강산 관광을 활성화시키려는 전략이 성공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금강산은 한국인이 애호하는 명산일 뿐이다. 필자도 금강산 관광 시절 2차례를 방문하였다. 기암괴석과 계절별로 변화하는 풍광이 특이하지만 산중턱 바위에 붉은 글씨로 김정일 장군 만세와 같은 정치 구호가 새겨져 있는 모습은 매우 이질적이었다. 중국인들의 금강산 방문 열기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08711일 북한 초병의 총격으로 관광객이 사망하여 중단되기 전까지 누적 관광객이 200만 명을 돌파하는 열기는 중국인들의 금강산 방문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결국 중국인의 금강산 관광은 남측을 겁박하기 위한 대체카드다.

  북한은 남한이 유엔 제재를 이탈하여 금강산 관광에 나서라는 압력을 행사하지만, ·미간의 비핵화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한이 금강산에 끼어들 여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평양은 금강산에 남한의 투자를 유치하고 대규모 남한 관광객을 모객하는 첩경은 하루빨리 북·미간에 완전한 비핵화에 도달하는 협상의 타결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지난 10월 국가대표팀의 평양 축구경기에서 드러났듯이 스포츠가 정치를 앞설 수 없다. 관광 역시 정치를 앞서 갈 수 없다. 하루빨리 비핵화 협상의 타결로 한국인들이 편안하게 금강산 관광에 나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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