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이 지나면 기간이 돌아온다. 시험기간이 끝나니 과제기간이다. 작심한 듯 교수들이 과제 세례를 퍼붓는다. 숨을 곳은 없다. 모든 것은 강의계획서에서 정해진 대로. 학생불가침한 율법이다. 어떤 교수는 2주 만에 15장짜리 소논문을 쓰라고 했다. 여섯 과목 수강하는데 모두 이런 식이라면 2주 만에 소논문 90장 써야 한다. 물론 극단적인 계산이다. 하지만 교수는 이런 상상 안 한다. 오호애재라.

○…과제기간이 일주일이라 치면 처음 닷새는 한탄과 미루기에 쓰고 나머지 이틀 동안 와다닥 마무리한다. 보편적인 대학생의 자세다. 벼락은 시험기간에만 치는 게 아니다. 시험 끝나서 놀 참에 내리치는 과제 폭풍도 천둥 번개를 동반한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별건가. 이럴 때 치는 번개는 분명 요란한 소리를 낼 테다. 우르르 쾅쾅 와다닥 와다닥.

○…와다닥에 들이는 시간이 많은 학생은 평균 위 성적을 받고, 한탄과 미루기, 그러니까 술과 놀이를 즐기는 학생은 평균 아래 성적을 받는다. 학점의 일반 원칙이다. 간혹 예외 사례를 보여주며 단숨에 과제를 마무리하는 변종이 보이지만, 그건 항상 내가 아니다. 가만히만 있다가는 언젠가 울 날이 온다.

○…따지고 보면 강의계획서 보고 수강신청한 건 학생인데, 으앙으앙 울상인 모습 보면 교수 어안도 벙벙하다. 그런데 강의계획서에 TBA(To be announced)는 왜 이렇게 많은겁니까? 예고 없는 과제 폭풍은 효과가 두 배다. 우르르 콰광쾅 우다다다닥!

 

김태훈 취재부장 foxtrot@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