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쟁의 도마 위에 오른 주제를 꼽아보라면 단연 ‘82년생 김지영일 것이다. 누군가는 대한민국 여성의 삶을 섬세히 묘사하여 공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남성을 악역으로 매도하며 김지영의 삶이 과장되었다고 말한다. 과연 영화와 책은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일까.

  투쟁과 노력의 결과 현대사회의 여권은 과거에 비해 놀랍도록 신장되었으며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내가 중학생이었던 약 8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남자들을 앞 번호에 배치했지만, 현재는 가나다라 순으로 번호를 매기는 추세이다. 또한 과거에 여성들은 차례에서 배제되었으나 현재는 여성 가족 구성원도 차례에 참석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따라서 당시 세대와는 연령대가 달라 차별을 직간접적으로 겪어보지 않은 여성과 남성 혹은 미혼인 여성들은 ‘82년생 김지영에 공감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시점에서 보았을 때 영화와 책의 내용이 부풀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에는 가부장적인 풍습과 남성의 권리를 더욱 중요시하는 세태로 인해 여성들은 일생에 걸쳐 수많은 차별과 억압을 받았다. 몇몇 사람들은 영화 속 일들이 전부 한 사람에게서 일어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나 다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인간의 특성상 가정, 학교, 직장, 사회 등 여러 집단 속에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담담하게 그려냈으며 오히려 현실성에 있어서는 원작보다 뛰어나다.

  영화 속 남편 정대현은 아내 김지영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한 노력한다. 하지만 여성을 바라보고 대하는 사회의 태도는 남편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데다 김지영의 의지를 꺾어버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점점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오히려 네티즌들이 말하는 억지스러운 느낌은 영화보다 원작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때의 불편한 감정은 일상생활 속에서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갈 수 있는 차별의 존재를 깨닫게 하고 개선 필요성을 환기시켰기 때문이리라. 너무나도 사소한 일을 문젯거리로 삼는다고 할 수도 있지만 달리 말하면 알게 모르게 배어있던 선입견이 만들어 낸 언행인 것이다. 알고 싶지 않지만 알아야만 하는 불편한 진실이 하나하나 세상에 밝혀지는 것에서 오는 껄끄러운 감정. ‘82년생 김지영이 말하는 현실이 불편하지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이상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거지감. 앞의 실패를 교훈 삼아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대비한다. 곧 사회의 주역이 될 밀레니얼 세대가 ‘82년생 김지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공정과 평등을 중요시하는 세대인 만큼 현대사회에서 남녀 간에 일어나는 불평등에 대해 고민해보고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대응책을 모색해보는 것은 어떨까.   정민경(보과대 보건환경17)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