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 사용이 금지된 1학기 ISF의 모습이다. 
사진제공│KUBA

  오는 12일 개최되는 20192학기 ISF 행사가 국기 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ISF(International Students Festival)는 본교 글로벌서비스센터와 교환학생 교류회 KUBA(Korea University Buddy Assistant, 회장=신은민)가 매 학기 주최하는 지구촌 축제다. 각국에서 온 외국인 학생들과 한국인 재학생, 지역주민들이 모두 참여해 여러 지역의 음식과 문화를 체험한다.

  본교 글로벌서비스센터는 지난 학기부터 공식적으로 모든 부스에 각 지역 또는 나라의 국기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국기뿐만 아니라, 국기를 연상시키는 사물이나 색상 등도 일체 사용하지 못한다. 이전까지는 부스 정면에 해당 지역을 나타내는 국기나 상징물을 자유롭게 사용해왔다. 글로벌서비스센터의 이같은 결정은 작년 2학기 ISF 행사 때 불거진 티베트-인도 공동 부스의 티베트 망명 정부 깃발 논란 이후에 나왔다. 일부 학생들의 문제 제기로 주한 중국대사관 측이 본교에 항의한 사건 바로 다음 학기에 개최된 20191학기 ISF 행사부터 국기 사용이 금지됐다.

  일각에서는 글로벌서비스센터의 결정이 중국대사관 측의 압력에 의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유학생 A 씨는 지난 학기 일부 중국인 학생들의 거센 항의가 글로벌서비스센터의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문과대 16학번인 조모 씨 역시 본교에 중국인 학생의 비율이 높은 편이어서 학교 입장에선 중국인 학생과 중국 대사관 측의 항의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했다. 본교 커뮤니케이션 팀은 학생들이 순수하게 문화적 교류를 하도록 정치, 상업, 종교적 상징물을 배제하자는 것이 글로벌서비스센터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글로벌서비스센터의 결정에 대해 중국인 학생의 의견은 조금씩 엇갈렸다. 중국 유학생 범언정(范彦婷, 정경대 정외16) 씨는 “ISF는 문화 교류가 목적인 행사인 만큼 국기가 없어 도 행사 진행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생각을 전했다. 반면 중국인 교환학생 장위헌(張尉軒, 빅토리아대 2학년) 씨는 국기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국가와 지역을 알리고 싶은 외국인 학생들의 입장에선 이런 결정이 상당히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생사회가 이 일에 관심을 보이고 공론화시켜야 국기 사용 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는 국제축제에서 국기 사용을 규제하지 않는다.
사진제공│SNU Buddy

   ISF와 같은 국제 행사를 진행하는 서울 소재 대학 중 5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모두 국제 축제에서 학생들의 국기 사용을 규제하지 않고 있다. 축제에 참여한 학생들은 축제 부스에서 자유롭게 국기와 국기 그림 등을 사용한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다양한 언어계열 학과가 있는데, 축제 때 국가의 특색이 드러나도록 자유롭게 부스를 꾸미고 전통의상을 착용하기도 한다축제 부스는 학생들의 자율에 맡기기에 학교가 관여하지 않는 편이라고 전했다.

  지난 학기 국기 없이 개최된 ISF 행사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KUBA 소속 한국인 조원 B 씨는 핀란드 부스를 담당했는데, 핀란드 국기를 연상시키는 파란 색상조차 사용할 수 없어서 부스 디자인을 할 때 불편했다핀란드 무늬가 그려진 껌 판매 불가, 국기가 그려진 의상 착용 불가와 같은 제약도 많아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반면, 유학생 C 씨는 국기가 없어도 부스를 디자인 하고 행사를 즐기는 데 별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 김민주기자 itz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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