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4. 3년 전 세상에 태어났다. 초반에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 가지진 않았다. 다음 해 3월 한 국회의원이 나를 친구들 300명에게 선물했다. 사람들이 내게 관심 가지기 시작했다. 5월에는 한 국회의원이 나를 대통령에게 추천해줬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차츰 알려졌다.

  사람들은 나를 퍽 좋아했다. 나를 보는 게 슬프면서도 위로도 많이 된다나. 사랑받아 기뻤다. 읽히고 공감받기 위해 태어난 나는 사람들이 날 읽고 공감해주는 게 좋았다. 저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다니. 꿈만 같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 만큼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이 생겼다. 날 더러 피해망상에 찌들었단다. 나에겐 문학성이 결여됐단다.

  날 두고 하는 말이야 상관없다. 하지만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이 공격받는 것은 아팠다. 한 아이돌은 나를 읽었다 팬들의 반발을 샀다. 사진이 찢겨지고, 포카를 반으로 자르고 불질렀단다. 미안했다. 여자연예인들이 나랑 지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욕을 먹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저 높으신 분들이 나를 좋아할 때만 해도 별일이 없었는데 말이다.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고 나를 싫어한다. 우습게도, 이렇게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생기면 생길수록 나는 더 많은 사람 품속으로 갔다. 심지어 내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또 다시 인터넷에서는 날 두고 싸웠다. 나를 연기하기로 한 사람은 악플 폭격에 시달렸다. 욕을 먹는 와중에 나는 100만 명의 사람들 속에 있게 됐다. 이렇게 많은 사랑도 많은 나에 대한 분노도 얼떨떨하다.

  내 이야기는 이제 영화로 나왔다. 개봉 전에도 인터넷이건 뭐건 나를 두고 싸움은 여전했다. 하지만 이렇게 나를 둘러싼 온도 차는 신기하다. 많은 여성이 자신의 삶을, 그리고 자신 주변 여성의 삶을 읽어낸다. 여성들에게는 특별하지 않은, 지나칠 정도로 일상적인 이야기로 나를 본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이를 피해망상이라고 비난한다.

  어떤 사람은 나를 보고 용기를 내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나로 인해 폭로가 시작된 것 같아 뿌듯했다. 심지어 그 최초의 폭로는 한국 사회의 큰 사회운동으로 이어졌다.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 누군가에겐 피해망상의 집합체로, 누군가에겐 공감으로 존재한다. 그래도 나로 인해 사람들이 싸운다니. 싸울수록 어쩌면 왜 싸우는지 투명해지니까 좋은 것 아닐까. 어쩌면 나를 둘러싸고 사람들이 싸우는 것까지도 내 이야기의 확장판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일상을 충실하게 살아가는데 바빠서 자신의 서사를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할 생각을 못 한다. 나의 역할은 많은 사람이 쉽게 지나쳐가는 일상에서, 그것이 문제라고 일부러 끄집어내어 더욱 생생하게 보여주는 데 있다. 나는 갈등을 일부러 드러낸다. 현실의 문제 상황을 인식하도록, 서사를 생생하게 그려내어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나는 태어났다.   구아모(문과대 사회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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