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고대신문의 72번째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십수 년 전 창간특집호를 만든다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였던 기억이 난다. 몇 주 전부터 기획기사 아이템을 고민하고, 취재에 나섰을 후배들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고생한 흔적이 신문에 담겨 있다. 1면부터 이어지는 기록물 관리에 대한 기획은 꽤 흥미롭다. 8면에 내비게이션을 펼치고, 입맛에 맞게 지면을 펼칠 수 있도록 한 배려도 돋보인다. 대학기록관으로 시작해, 역사기록물로서 종이신문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기록의 민주화, 디지털 아카이브의 다양한 활용을 취재해 낸 것도 놀랍다.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 전망까지,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기분이다. 기획의도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양한 기사에 담아낸 노력에도 박수를 보낸다. 칭찬을 좀 더 보탠다면 창간특집호의 모범답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바로 2면과 3면을 글자로 가득 채운 축사다. 고대신문 창간특집호에서 축사가 귀한 대접을 받은 건 언제부터였을까. 기록물 보존이 아주 잘 되어 있는 덕분에 40년대 고대신문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19481130(8) 창간 1주년 기념 신문 1면에 기념사란 이름으로 대학신문의 사명에 대한 글이 수록돼 있다. 196233일 자 지령 300호 특집호에도 축사가 1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서울대 총장이 보낸 축사 제목은 매스콤의 사명감을 잊지 말기를이었다.

  흥미로운 건 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발행된 창간특집호를 보면 축사가 아예 없거나, 뒷면으로 밀려나 있었다. 1면에 축화를 넣거나, 총장 인터뷰를 싣는 경우는 있었지만, 축사를 전면에 내세우진 않았다. 창간특집호를 아예 만들지 않은 해도 있었다.

  자료를 쭉 찾아보니 내가 활동하던 2006년부터 축사가 2면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올해까지 빠지지 않고 창간특집호 2~3면을 축사로 채우고 있다. 70년 전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사명감을 가지라는 식의 이야기로 말이다. 정작 축사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는 뒤로 밀려나 있다. 축하를 받고 싶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창간기념호에 축사를 넣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 같아 아쉬움에 몇 자 적었다.

 

김원 중앙일보 기자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