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 슈퍼엠의 데뷔 EP <SuperM>이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등극했다. 앨범 석 장을 같은 차트 정상에 올려놓은 방탄소년단에 이어 슈퍼엠이 한국 가수로는 두 번째로 빌보드 꼭대기에 이름을 새겼다. 한국 대중음악사에 또 하나의 진귀한 기록이 나왔다.

  슈퍼엠은 음반 발매 첫 주에 1위를 점하는 크나큰 영광을 누렸다. 전 세계 수많은 뮤지션이 진을 치는 빌보드 차트에서 신인이 바로 왕좌를 차지하기란 쉽지 않다. 데뷔 음반이 출시 첫 주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가수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원 디렉션 정도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10대들의 인기 버라이어티 쇼 <미키 마우스 클럽>에 출연한 것과 데뷔곡의 히트로, 원 디렉션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전해 존재를 알려서 화려한 마수걸이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들에 비해 지명도가 현저히 낮은 슈퍼엠이 동등한 성과를 이룩하니 의아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원 디렉션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슈퍼엠은 분명히 많은 지지자를 확보하고 있다. 샤이니의 태민, 엑소의 백현과 카이, NCT 127의 태용과 마크, 웨이션브이의 루카스와 텐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로 구성된 덕이다. 세트 메뉴 같은 조합을 통해 슈퍼엠은 각자의 팬뿐만 아니라 기존에 속한 팀 팬들의 관심을 수월하게 이끌어 냈다.

  슈퍼엠을 제작한 SM 엔터테인먼트는 이 점을 노렸다. 아이돌 그룹의 팬은 좋아하는 가수를 열성적으로 응원한다. 앨범은 반드시 산다. 한 장만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감상과 소장, 지인을 대상으로 한 선전 등 용도별로 여러 장 들이는 이도 많다. 실물 음반시장은 황폐해진 지 오래지만 아이돌 가수들의 구역은 여전히 활기가 넘친다.

  슈퍼엠의 음반은 출시 초기 해외구매 방식으로 판매됐다. 빌보드 차트 집계에 들기 위해 술수를 쓴 것이다. 슈퍼엠의 음반을 판매하는 온라인 매장에는 상품 옆에 빌보드 차트 집계 반영이라는 문구가 당당하게 표시돼 있다. 해외 구매이다 보니 보통 음반보다 비쌀 수밖에 없음에도 팬들은 본인이 성원하는 가수가 잘되길 바라며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그런가 하면 SM 엔터테인먼트는 앨범을 멤버별 버전과 그룹 버전, 총 여덟 가지 종류로 제작했다.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해 판매량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북미 시장 진출을 목표로 세우고 만들어진 슈퍼엠은 다분한 상술로 태생의 꿈을 편하게 이뤘다.

  계략이 얄팍하기 그지없기에 슈퍼엠의 업적은 조금도 값지게 느껴지지 않는다. 시시함을 넘어 부끄럽다. 첫 주 판매량 168000장 중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환산한 판매량은 4000장에 불과하다. 스트리밍이 보편화된 시대의 통상적인 패턴에 어긋나는 수치다. 들은 사람보다 앨범을 산 사람이 월등히 많다는 것은 사기와 일맥상통한다.

  어떤 이들은 슈퍼엠의 앨범 차트 1위 등극에 대해 케이팝이 서구시장에 안착했음을 알려 주는 현상이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이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아전인수 격 판단일 뿐이다. 케이팝이 널리, 크게 사랑받는 장르로 자리매김했다면 싱글 차트에서도 비슷한 성적을 내야 한다. 기이하게도 슈퍼엠의 타이틀곡 ‘Jopping’은 싱글차트 10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슈퍼엠의 앨범 차트 1위 달성은 성과에 집착한 기획사가 철저히 인공적으로 이뤄 낸 변칙 승리에 지나지 않는다.

  팬들은 이 상황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좋아하는 가수를 향한 지나친 헌신은 농락에 모터와 날개를 달아 준다. 현명하게 소비하고 이성적으로 후원해야 한다. 케이팝이 떳떳해지는 데에도 필요한 일이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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