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4 16:41 (수)
인류의 아픔에 공감하는 진정성에서 출발해야
인류의 아픔에 공감하는 진정성에서 출발해야
  • 김태형 기자
  • 승인 2019.11.11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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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투어리즘의 지속가능성

최근 화제가 된 미국 HBO 드라마 '체르노빌'과 대구 중구가 2017년 조성한 순종황제 어가길은 다크 투어리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했다.
최근 화제가 된 미국 HBO 드라마 '체르노빌'과 대구 중구가 2017년 조성한 순종황제 어가길은 다크 투어리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했다.

 

#.1 최근 미국 HBO에서 방영된 5부작 드라마 <체르노빌>이 큰 인기를 끌면서 체르노빌로 향하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증가했다. 하지만 일부 관광객들이 자신의 SNS에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던 체르노빌 거리에서 외설적이거나 웃음을 유발하는 사진 등 과도한 인증샷을 올려 재난 현장을 배려하지 않은 행위라고 비판을 받았다.

 

#.2 1909년 순종이 일본 제복을 입고 대구역에서 달성토성까지 행차한 남순행길을 2017년 대구 중구청 순종황제 어가길로 복원해 관광지화 했다. 일각에선 순종황제의 남순행은 당시 일제가 조선 민중들의 저항을 무마하기 위한 일제의 술수에 불과했다며, 어가길의 복원이 일제강점기 미화이자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 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관광을 말한다. 자랑스러운 역사만이 아닌 슬픔과 아픔의 역사를 직접 방문하고 조명한다는 측면에서 역사교훈여행이라고도 불린다. 밝고 아름다운 관광지들을 찾아다니는 기존의 여행과 대비되는 다크 투어리즘이 차별화되고 신선한 주제로 관광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으로 의미 있고 지속가능한 관광이 되기 위해서는 여행을 개발하는 주체와 소비하는 수용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미디어 발달로 접근성 높아져

 다크 투어리즘은 1996년 본격적으로 개념화됐다. 이는 냉전이 종식돼 사람들이 접근가능한 지역이 확장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국가들이 하나둘씩 늘어난 시기다. 강동진(경성대 도시공학전공) 교수는 다크 투어리즘은 경제 수준의 향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삶의 여유가 증가하며 사람들의 사고의 폭이 넓어지면서, 과거를 돌아보고 학습, 반성하고 미래적 비전을 고민할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엔 괄시돼왔던 인간의 감정과 같은 질적인 가치에 대한 조명이 이뤄졌던 시대적 사유가 다크 투어리즘의 유행에 기여했다는 시각도 있다. 천종호(사범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위시로 한 정보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사람들은 점차 승자보단 패자나 희생자의 역사에 흥미를 가지게 됐다기존의 주류 학계의 입장이나 교과서의 내용 이면에 있는 아픈 역사를 보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다크 투어리즘의 대두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미디어가 급속하게 발달하며 재해 장소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성이 높아진 것도 다크 투어리즘이 성행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매체를 통해 생생히 전달되는 비극적 장소들의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투어장소에 대한 예측을 가능하게 해, 두려움은 낮추고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이와 더불어 색다른 장소로 관광을 떠나고 싶은 현대인들의 욕구가 결합되면서 다크 투어리즘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김남조(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SNS의 발달은 개인이 독특한 경험을 추구하고 이에 대한 흔적을 남기는 유행을 확산시켰다미디어의 발달이 곧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촉진한 것이라 분석했다.

 우리나라도 일제에 의해 독립운동가들이 투옥됐던 서대문형무소, 한국전쟁 당시 포로를 수감했던 거제포로수용소 등 예전부터 다크 투어리즘의 형상은 존재했다. 하지만 과거에는 이러한 장소들을 장소자원으로 인식하는 시각은 적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도 관광상품으로서의 다크 투어리즘개념이 부상하게 된 계기로 2008년 숭례문 방화사건을 꼽는다. 류주현(공주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숭례문 화재 당시 가림막 뒤에서 신속한 복원에만 집중해 생생한 현장의 모습과 복원과정을 남기지 못했던 모습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이는 우리나라가 비극의 재현을 방지하는 교육적 가치와 더불어, 차별화된 장소마케팅으로서의 다크 투어리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계기였다고 분석했다.

 

명확한 범위의 부재가 만든 부작용

 다크 투어리즘의 범위는 매우 넓다. 자연재해, 전쟁, 식민지 역사, 테러 등 인류 또는 특정 집단에게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던 모든 장소가 다크 투어리즘 장소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다크 투어리즘의 명확한 범위가 없다보니, 해당 여행을 대하는 사람들의 올바른 태도도 정립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체르노빌에서의 과도한 인증샷이 문제된 것처럼, 관광객들이 아픔이 깃든 장소에서 여타 다른 관광지와 똑같이 가벼운 행동을 취하게 만들기도 한다. 김남조 교수는 다크 투어리즘에는 다크라는 부정적 의미와 투어리즘이란 긍정적 의미가 공존한다이를 단순히 후자의 여행으로 생각하는 관광객들이 지나치게 자유로운 행동과 사고를 펼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투어리즘에 나서기 전 수용자들의 사전교육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김지흔(광주여대 교양과정부) 교수는 다크 투어리즘을 성립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해당 장소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명확한 동기라며 수용자들이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장소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인간적 성찰이 가능하도록 사전학습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종호 교수 또한 아무런 준비 없이 방문해 현장에서의 설명이나 안내 자료만으로 여행의 깊은 의미를 느끼기엔 부족하다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이 아닌 무분별한 단체여행이나 대중관광으로서 다크 투어리즘은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다크 투어리즘을 개발하는 주체들도 역사왜곡이나 과도한 상업성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창 역사왜곡 논란이 일었던 대구 순종황제 어가길뿐 아니라 포항 구룡포의 근대문화역사거리도 수탈의 기록 없이 말끔한 근대식 일본인 가옥만 조성해놔 일제강점기를 미화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김일수(경운대 인문창의학부) 교수는 뜨거운 독립의 현장이나 생생한 침탈의 아픔을 제시하지 않고 역사적 현장만을 제시하는 것은 다크 투어리즘이라 할 수 없다역사적 교훈이 망각되고 도시재생을 통한 관광수입을 위해 상업적으로 지나치게 확대되는 경향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강동진 교수 또한 지나친 다크 투어리즘의 남발은 국가와 지역 정체성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완전성진정성필요해

 그렇다면 다크 투어리즘의 본연의 취지를 유지하며 지속가능한 관광으로 자리 잡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다크 투어리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진정성을 제시한다. 여행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수용자의 태도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의 공감을 유도할 수 있는 철저한 학문적 연구 또한 요구된다. 강동진 교수는 다크 투어리즘을 위해선 원래 사건이 발생한 상황을 온전하게 유지하는 완전성과 교훈을 통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진정성이 중요하다다크 투어리즘 대상에 대한 진정어린 발굴, 아카이빙 등이 지속적으로 추구되고 누적돼야 다크 투어리즘의 본질이 비로소 상업적 행위가 아닌 장소 그 자체가 될 것이라 설명했다.

 다크 투어리즘 장소를 철저하게 검증하기 위해선 이를 소비하는 수용자와의 밀접한 피드백과정이 필수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시민들이 여행개발자들과 함께 다크 투어리즘 장소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야 한다. 김일수 교수는 해당 장소와 관련된 자료들을 모은 공공도서관 같은 공부의 장이 필요하다장소에 대한 한국사 전체의 보편성과 지역 자체의 특수성이 잘 결합돼야 완전한 보전이 가능할 것이라 말했다. 류주현 교수도 장소자산의 가치는 지역주민의 이해가 충분해야 빛을 발한다고 분석했다.

 장소의 지속적인 수정과 보완을 통해 진정성을 도모하는 방식도 요구된다. 김일수 교수는 다크 투어리즘에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건 희생을 당하신 분들을 위한 기도장소라며 맨 첫 코스에 다 같이 묵념을 하거나 기도를 하고 들어갈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하면 자연스럽게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고 제안했다. 천종호 교수 또한 목포 신항만은 관람객들에게 세월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지 말 것을 분명히 명시해놔 지나친 관광화를 막아놨다지나친 상업화나 왜곡을 경계하는 개발자와 방문자 양측의 노력이 존재할 때 건강한 다크 투어리즘이 가능할 것이라 말했다.

 

김태형 기자 flash@

사진제공대구 중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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