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연구윤리협의회 회장본교 교수·의과대
엄창섭
대학연구윤리협의회 회장
본교 교수·의과대

  20171121. 국민일보 사회면에 1 아들을 SCI급 논문 공저자로서울대 교수의 끔찍한자식 사랑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는 지난 10년간 논문 43편에 아들의 이름을 올린 서울대 공대의 한 교수에 관한 것이었다. 문제는 이 중 3편의 논문이 발표될 당시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는 것이다.

  고등학생이 대학교에서 수행되는 연구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 때문에, 이 기사는 교수자녀이기 때문에 주어진 특혜라는 주장과 미성년자녀가 저자에 포함된 논문이 입시에 활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더 나아가 연구특권층인 교수의 연구윤리의식에 대한 문제제기로 발전하여 유사한 경우가 또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졌다. 결국 대학교수 자녀가 논문에 공저자로 등재된 경우가 있는지 전국의 모든 대학교와 교수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게 된다.

  그 결과 교육부는 2007년 이후 50개 대학 87명의 교수가 발표한 논문 중 미성년자녀가 공저자로 포함된 139건을 확인하였고,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윤리위반의 가능성에 대하여 조사와 검증이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5개 대학교가 부실검증을 이유로 교육부의 특별감사를 받았고, 전북대학교에서는 부당하게 자녀의 이름을 저자에 포함시킨 논문을 입시에 활용한 학생의 편입학을 취소하였다.

  만일 고등학생 시절에 발표한 논문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면 그다지 큰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이 사건은 저자권과 관련한 갈등이 사회적인 관심인 입시와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문제화된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연구계에서는 이미 저자권과 관련한 관행에 대하여 다양한 불만들이 존재해왔다.

 

질보다 양중요시하는 관행이 확산시켜

  20157월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논문 저자권(Authorship) 관련 진단이라는 설문조사를 하였는데, 응답자 1028명 중 최근 3년간 저자권과 관련한 연구부정행위를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연구자가 10명 중 6명 이상, 논문에 참여한 연구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있었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48%에 달했다. 갈등의 종류는 저자순서’ 79%, ‘참여하지 않은 연구자의 저자참여’ 72%,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의 저자 누락’ 44% 순이었다.

  갈등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교신저자가 일방적으로 저자를 결정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저자권 갈등과 관련하여 60%는 해결이 되지 않았다고 하여 우리나라에서 발간되는 논문 10편 중 3편에 저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추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201910월 한국연구재단에서 실시한 연구윤리 관련 조사에서 논문저자표시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연구자가 51.1%에 달해 현재도 별로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저자 자격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이 저자로 등재되는 문제가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외국의 연구들1,2에 의하면 저자 자격이 없는 부적절한 공저자는 학술지에 따라 6089%에 이르고, 전혀 기여도가 없는 명예저자도 21% 정도나 된다고 한다. 최근 PLOS ONE에 게재된 12772편의 논문과 79776명의 저자를 분석한 결과3에서도 국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ICMJE)의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하는 공저자가 약 48%에 이르는데, 특히 논문 작성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조사된 바가 있다.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국내 대학에서 연구부정행위로 판정한 사례는 모두 169건인데, 이 중 부당한 저자표시가 차지하는 비율은 20% 정도이다.

  왜 국내·외를 막론하고 부당한 저자 표시가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선 저자권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등 연구자들의 부실한 연구윤리에 기인할 것이다. 그렇지만 평가 등에서 논문의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대학의 분위기와 학계의 관행과 무관하지 않다. 또 부당한 저자 표시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흡하고, 문제가 제기되어도 연구진실성 검증 과정과 결과가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믿기 어려우며, 연구부정행위로 판정되어도 징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 등도 중요한 원인일 것이다.

  연구자들이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출판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연구에 대하여 학문적으로 인정받기를 원해서일 것이지만, 논문에 이름이 들어가는 것은 본인의 취직, 승진 등을 위해 현실적으로 활용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로 등재되는 것과 더불어 저자의 순서도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저자의 자격과 관련하여서는 학문분야에 따라 너무나 다양하기에 일반화하기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저자 자격에 대하여 별도로 규정한 것은 없고,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이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칙에서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를 연구내용이나 결과에 대한 기여도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전부라 할 것이다. 이 때문에 저자의 자격과 관련하여서는 학문분야나 학술단체에 따라 외국의 여러 기준을 준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성년자녀 공저자 문제 이후 교육부에서는 연구결과물에 연구자의 소속, 직위(저자정보)를 정확히 밝혀 연구의 신뢰성을 제고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연구진실성 확보 필요해

  구체적으로 부당한 저자표시를 막기 위해서는 연구자, 연구기관, 논문의 심사자, 편집자, 학술지 발행기관 등의 협조를 통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연구자들은 연구 초기에 저자에 대한 논의를 통해 저자에 포함될 사람과 순서를 정하고, 투고하고자 하는 학술지의 투고규정 등과 특히 저자권과 관련한 규정을 잘 확인하여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여 추후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연구기관에서는 저자권과 관련한 연구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부당한 저자표시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관련자들 간의 중재나 연구부정행위 여부의 판정 등 적절히 대응하여야 한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서는 대학 등은 학술지 발간, 학술대회 개최, 연구업적 관리 등을 할 경우, 관련 연구결과물의 저자 정보를 확인하고 관리하며, 교육부장관 또는 전문기관의 장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요청받을 경우 이에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고 연구기관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논문을 심사하는 심사자는 학술지의 가이드를 숙지하고, 심사 과정에서 부당한 저자 표시가 의심되는 경우 편집자에게 보고하여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편집자는 학술지의 투고규정과 저자권에 대한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각 공저자들로부터 저자 기여도에 대한 문서를 받고, 문제 발생 시 저자 및 연구기관과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출판사는 저자들에게 학계의 의견을 반영한 저자권을 포함한 투고규정을 적절히 제공하여야 하며, 학계의 지식인들은 저자권을 포함한 연구윤리와 관련한 각종 규정이나 정책을 수립하고 지키도록 선도적인 역할을 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는 최근 연구에 내재되어 있어 연구부정행위를 일으키는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저자 규칙을 포함하는 바람직한 연구윤리 가이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연구윤리 교육, 연구윤리 실태조사, 연구진실성검증 등과 관련한 기준을 제시하고, 연구부정행위와 관련한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를 설치하여 연구윤리 관련 정책을 국가적 차원에서 수립하고 추진하여 연구진실성을 확보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연구부적절행위나 연구부정행위에 대하여 적절히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연구부정행위로 판단될 경우 적절한 수준의 징계를 가해 연구부정행위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

 


1. Gasparyan AY , Rheumatol Int (2013) 33:277.

2. Wislar JS , BMJ (2011) 343:d6128.

3. SauermannHaeussler. Science Advances (2017) 3:e17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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