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을 포기하지 마! 나에게 지지 마!” 719. 고대신문 여기자 넷은 양손 가득 저녁거리를 들고 텔레비전 앞에 모였다. 두 달간 응원해온 원픽들의 5년 인생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SNS는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에게 투표하면 고가의 경품을 주겠다는 글들로 들썩였다. 최종 공연의 센터가 무대로 등장하고, 탈락 위기자의 얼굴이 스크린에 절묘하게 지나가고, 당연히 붙을 거라 생각했던 연습생의 쓴 표정을 보았을 때. 팬과 연습생은 함께 울고 웃었다.

  올해 7월도, 3 시절 기숙사 컴퓨터 앞에서 밤을 새우며 워너원멤버를 기다렸을 때도 프듀는 단순한 TV 프로그램 이상이었다. 평범하고 어리숙한 연습생의 성장 서사를 지켜보면서 노력의 아름다움을 엿보았다. 꿈꿔온 일을 현실로 이뤄낸 그들을 보며 용기 내 도전하면 정말 할 수 있을까?’ 하는 작은 설렘도 품었다.

  어른들은 이런 우리의 어린 꿈을 사고팔았다. 네티즌의 반응은 연습생 또한 사기를 묵인한 잘못이 있다는 것과 그렇지 않다는 것으로 엇갈린다. <PD수첩>에 방영된 것처럼 일부 소속사 연습생이 경연곡을 미리 알았다면, 공정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수직적인 관계 아래 놓인 연습생이, 인생을 건 꿈을 이뤄주겠다는 소속사의 말을 뿌리치긴 참 쉽지 않았을 터이다.

  그냥. 소속사와 방송사는 한발 물러서서, 연습생들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하도록 지켜봤다면 어땠을까. 이번 조작은 도전하지 않는 젊은이들에게 또 한 번 충분한 변명거리를 줬다. 짧은 분량 속에서 연습생의 매력이 어쩌다 발견되지 않는 이상, 도전의 결과는 쉬이 바뀌지 않았다. 세상엔 이미 주연과 조연, 엑스트라라는 역할이 각자에게 주어진 것처럼 보였다.

  좋아하는 일에 뛰어든 청년들의 빛나는 열망과 그들을 보며 키운 또 다른 청년들의 열정은, 배신감과 회의감으로 차갑게 식었다.

  ‘꿈을 이루려면 노력하고, 버티면 된다는 고결한 가치는 훼손됐다. 결국 자신에게도, 세상에도 어차피 지는한낱 연기일 뿐이었으니.

| 최현슬 기자 puri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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