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쉬는 틈이 생겨 나의 나라라는 드라마를 봤다. 조선의 건국과 관련해서 만든 퓨전 사극으로 태조 이성계와 이방원, 그리고 여러 가상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중 주인공은 죄인의 아들이자 천대받던 계급의 남자다. 요즘 말로 부모 잘못 만난 흙수저다. 그리고 극 중에선 주인공은 그의 나라에 버림받는다.

  그의 나라를 이끄는 사람들은 대의(大義)를 위해 소의(小義)는 묻는다고 한다.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지금 이는 국민적 소명이다등 신념을 기반으로 현대의 정치인들도 하는 말들이다. 한 가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드라마에서는 소의 역시 의미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실제 현대 사회에선 어떻게든 소의의 정확한 정체를 알 수가 없다. 기술의 발전은 정보의 접근성을 높여주었지만, 그뿐이었다. 그만큼 늘어난 페이크 뉴스와 더욱 이해관계 속에서 얽혀버린 언론은 제 기능을 잃고 이 세상의 소의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 역시 대의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보는 가식적인 전형적인 상소문과 다를 바가 없다.

  검찰개혁, 부동산 제재 등 모두 현 정부의 대의다. 이 제도들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논쟁하고 싶진 않다. 단지 그 안에서 희생되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이것이 현재 가장 필요한 대의인지도 보고 싶다. 검찰 개혁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죄 없는 누군가는 개혁과 관계없이 유죄 선고를 받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정치 중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제재가 가장 중요한 장관에게는 현재 열악한 임대주택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이는지 모르겠다. 물론 이를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논점 이탈이니 별도로 진행되는 문제라는 등으로 치부하고 다시 집중하지 않을 것이다.

  맞다. 다른 얘기고 그들의 주장이 맞다. 이는 대의를 위해서 잠깐 잊혀야만 하는 소의일 뿐이다. 이 명제는 언제부턴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을 이끌어 오고 있는 대표 명제다. 지금의 누군가는 잊혀야만 한다. 너무나 상시적인 문제라 이슈거리가 안되기 때문이다.

  극 중에서 조선의 3대 왕이 되는 이방원은 1차 왕자의 난을 앞두고 버려진 사람들의 나라를 일으킨다 고 말한다. 아직 방송 중인 드라마이기에 어떤 결말일지는 모르겠지만 태종 역시 소의를 중요시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한 번 정도는 바로 옆에 버려진 이들을 위한 권력을 보고 싶다. 단순히 글을 모르는 백성들을 안타깝게 생각해 훈민정음을 창제했던 이방원의 아들처럼 말이다.

<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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