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유명 MC의 열애 소식이 포털 사이트를 뜨겁게 달궜다. 실시간 검색어에는 해당 MC와 열애 상대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고, 심지어 전 연인의 이름까지 등장했다. 검색어를 차례로 클릭하면서 뉴스를 읽다가, 문득 ‘내가 이 이야기를 왜 궁금해 하고 있지?’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소식을 알고 싶어서 포털 사이트에 접속한 것이 아닐 뿐더러, 현재의 이슈와는 관련 없는 과거의 발언까지 마구잡이로 기사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시간 검색어는 포털 이용자들이 현재의 주요 키워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보다는,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연예 뉴스가 주를 이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왜 이런 키워드가 실시간 검색어지?’ 싶은 터무니없는 내용도 많다. 오히려 능동적인 정보 수집을 방해하고, 수동적으로 다른 사람이 궁금해하는 것을 따라서 검색하게 만든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에는 실시간 검색어를 이용한 마케팅이 활발해지면서 ‘실시간 광고판’이 됐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얼마 전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쪽에서 ‘조국 힘내세요’를, 반대하는 쪽에서 ‘조국 사퇴하세요’를 경쟁적으로 실시간 검색어에 올리는 일도 있었다. 포털 이용자에게 현재 이슈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할 실시간 검색어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모습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납세자들의 조세법이 행률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다른 납세자들의 이행률이 높다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른 이들의 행동에 주목하게 함으로써 해당 이슈에 대한 관심과 행동을 어느 정도까지는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실시간 검색어 또한 우리에게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우리의 인터넷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실시간 검색어의 내용이 중요한 이유다.

  네이버는 지난 1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마다 자신의 관심에 따라 급상승 검색어 구성을 달리해서 볼 수 있도록 개선한다”고 밝혔다. 포털 이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실시간 검색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나름의 자정 노력인 것이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포털 사이트를 이용하는 주체인 우리의 노력 없이는 의미가 없다. 아무 생각 없이 실시간 검색어를 소비 할 것이 아니라, 실시간 검색어에 끌려가지 않는 똑똑한 이용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박연진(자전 미디어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