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회의 모순을 짚어온 옌롄커 작가가 남은 시간 동안 쓰고 싶은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 사회의 모순을 짚어온 옌롄커 작가가 '남은 시간 동안 쓰고 싶은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의 유명 작가인 옌롄커가 SK미래관에서 13일 강연했다. 이번 강연은 SK미래관 김양현홀 개방 후 첫 행사였다. BK21Plus 중일언어·문화교육·연구사업단(단장=채성식 교수)과 중국학연구소(소장=홍윤기 교수)가 공동 주최했다. 강연은 한중 동시통역으로 300여 명의 학생과 교수진이 강당을 가득 메운 채 90분간 진행됐다.

 강연에 앞서 이형대 문과대 학장이 축사를 통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爲人民服務)>, <물처럼 단단하게(整硬如水)> 등의 작품으로 당대 중국을 대표할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대 작가라며 옌롄커 작가를 소개했다.

 “저는 실패한 사람일까요, 성공한 사람일까요?” 청중을 향해 옌롄커 작가가 질문을 던졌다. “현재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지내는 것 외에 제 인생 대부분이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을 실패한 사람이라 빗대며 강연을 시작했다.

 옌롄커 작가는 평범한 인민이 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 밝혔다. “눈앞에 투표할 수 있는 상자와 틈이 있고, 그 틈으로 투표용지를 넣어보고 싶어요. 이토록 간단한 일이지만 저에게 그 기회는 평생 주어지지 않을 거예요.” 이어서 그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제 인생이 정말 실패한 삶이라 생각한다며 중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작가로서 나의 삶은 실패했다고 옌롄커 작가는 선언했다. “도스토옙스키도, 디킨스도, 사르트르도, 내 친구 아모스 오즈도, 사회적 사건에 참여한 수많은 작가가 있죠. 그중에 중국 작가는 없어요.” 작가라면 모름지기 사회 공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옌롄커 작가는 위대한 작품을 써내는 중국 작가는 많지만 위대한 작가는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소설가의 삶도 옌롄커 작가에게는 실패였다. 사례로 그가 꼽은 것은 소설 <딩씨 마을의 꿈(丁庄夢)>이었다. 중국 내에 에이즈 유행 당시 실화를 토대로 했지만, 옌롄커 작가는 검열을 피해 중국이 아닌 허구의 공간으로, 다큐멘터리가 아닌 소설 장르로 작품을 썼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출간 직후 이 책을 판매금지 조치했다. 옌롄커 작가는 사실 그대로 작품을 쓰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실패지만 그마저 금서로 지정될 줄 알았다면 원래 구상대로 썼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옌롄커 작가는 남은 생의 목표를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지금까지는 모두 실패였다 해도 마지막 5년 혹은 10년은 각성한 마음으로 글쓰기를 할 예정이라며 하늘이 제게 부여한 시간 안에 제가 쓰고 싶은 작품을 쓰고 싶다고 전했다. 이후 강연을 들은 학생과 교수진의 열띤 질의와 옌롄커 작가의 답변이 이어졌다.

 끝까지 강연장을 떠나지 않던 김언종(문과대 한문학과) 명예교수가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수많은 문사철계의 중국인을 만났지만, 이토록 겸손한 분은 처음이라며 대단한 용기와 뜨거운 열정을 지닌 옌롄커 작가를 만나게 된 이 자리에 참석하기 참 잘했구나 싶다고 찬사를 보냈다.

 

김영현 기자 carol@

사진이수빈 기자 suv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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