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4 16:41 (수)
내년 1월부터 125억 원 투입, ‘고대앞마을’로 재기 노려
내년 1월부터 125억 원 투입, ‘고대앞마을’로 재기 노려
  • 김보성 기자
  • 승인 2019.11.18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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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앞 제기5구역 도시재생사업
정문 건너편 제기5구역에 도시재생사업지 선정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정문 건너편 제기5구역에 도시재생사업지 선정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국토부 도시재생뉴딜(뉴딜사업) 사업지로 선정된 제기5구역이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도시재생을 시작한다. 핵심 사업 계획은 혁신거점 상생 플랫폼설치 주민편의시설 확충 및 개선 커뮤니티 시설 조성 등이다. ‘재기(再起)하라! 고대앞마을이란 이름으로 진행하는 이번 사업에는 20201월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제기5구역의 도시재생을 위해 125억 원의 자금(국비 50억 원, 지자체비 75억 원)이 투입된다. 사업지는 고려대역 교차로부터 고대앞 사거리까지, 1189(683세대)이 거주 중인 제기5구역 54862m² 일대다.

 

참살이길로 상권 이동, 재개발도 무산

 참살이길이 부상하기 전, 제기5구역은 본교 상권의 중심지였다. 현재 학생회관 위치에 있던 정문이 1971년 지금의 자리로 옮기며 학생들의 접근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 안암역이 개통된 이후 학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캠퍼스와 가까운 안암역 인근 참살이길에 자연스레 학생들의 발길이 향한 것이다. 오래된 건물이 많은 제기5구역에 비해 건물도 깔끔했다. 본교 인근 원앙부동산 김영기 공인중개사는 안암역이 형성되고 정문 앞의 선호도가 떨어졌다특히 저녁에는 제기5구역이 너무 어두워 치안이 좋지 않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했다.

 제기5구역 노후화 문제가 심각해지자 서울시는 2004년 재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제기5구역을 주택 재개발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했다. 재개발은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재개발로 들어설 아파트에 입주하기 어렵거나 제기5구역에 경제기반이 있는 주민들은 거주지를 떠나야 할지 모른다는 데 거부감을 느꼈다. 20년 넘게 제기5구역에서 식당을 운영한 A 씨는 제기5구역은 내 생계가 걸려있는 곳이라 재개발을 반대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재개발 이후 들어설 고층 아파트가 대학가 앞이라는 거주지역의 특성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결국 2018년 서울시장 직권으로 재개발 정비예정구역이 해제되며 재개발은 무산됐다.

 재개발로 갈등을 빚는 동안 낙후한 제기 5구역은 새로운 건물도 짓지 못한 채 방치돼야 했다. 재개발예정구역은 건물 신축이나 증축아 제한돼서다. 제기5구역에서 원룸을 운영 중인 김성휘(·77) 씨는 재개발구역으로 묶여있는 동안 원룸을 증축하고 싶어도 허가가 나지 않았다건축 허가가 나면 학생들에게 더 깔끔한 원룸을 지어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고 말했다.

 

주민 설문조사 기반으로 사업 구상안 마련

 재개발이 좌초된 후 주민들은 제기5구역을 살리고자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뉴딜사업 선정을 위해 힘썼다. 뉴딜사업은 부동산값 폭등, 철거 후유증 등 재개발 부작용을 줄이면서 도시 쇠퇴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이번 정권 들어 추진하기 시작한 사업이다. 올해 1월 현장거점을 마련한 뒤 주민들은 수차례 회의하며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의견을 모았다. 사업 선정 전부터 거주지 미화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주민들과 함께 뉴딜사업 선정을 추진해 온 디자인그룹 이상도시(대표=이상훈, 이상도시)는 사업 구상안을 짜기 전 거주민 1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 많은 주민이 공감했다(매우 필요하다 29%, 필요하다 51%). 주민 공동 이용시설이 부족하다(매우 부족하다 32%, 부족하다 30%)는 의견도 많았다.

 주민들의 의견은 사업 구상안에 반영됐다. 노후주택 수리를 돕기 위한 집수리 지원사업’,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컨설팅 지원등의 내용이 담겼다. 뉴딜사업 선정 이전부터 제기5구역 일대에서 옐로우 트레인이란 자율주택정비사업이 진행돼오기도 했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은 노후한 단독, 다가구 주택의 주민들이 만장일치로 연합체를 구성하고 주민들이 함께 집을 짓거나 보수하는 사업이다.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도 구상안에 포함됐다. 제기5구역 내 방범용 CCTV2대에 불과하다. 밤거리 안전을 우려하는 주민을 위해 CCTV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생활 쓰레기를 공동 수거하는 에코 스테이션을 운영하는 방안도 구상안에 넣었다.

 주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인 상생플랫폼건설도 추진된다. 상생플랫폼은 제기5구역 뉴딜사업의 거점이자 주민 커뮤니티의 중심지 역할을 할 장소다. 시설 안에는 주민들을 위한 사랑방, 문화공간, 창업공간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전면 재개발에는 반대했던 학교 측도 뉴딜사업에는 호의적이다. 주민들이 학교 측에 현재 현장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공간을 대여해달라 요청하자 주민들을 위해 20191월부터 1년간 해당 건물을 무상으로 빌려주기도 했다. 제기5구역에서 거주 중인 학생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지원(사범대 교육14) 씨는 집마다 쓰레기를 아무 데나 배출하니 거리가 지저분한데 쓰레기 배출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 반갑다고 말했다.

 20201월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이후 구상안에 담긴 계획이 구체적으로 완성될 예정이다. 이상도시 김진확 도시재생코디네이터는 구체적인 계획안이 나오면 구상안에 담긴 내용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기5구역은 학교 정문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제기5구역은 학교 정문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우리는 고대앞마을’, “학교 협력 부탁한다

 ‘재기(再起)하라! 고대앞마을이란 사업명에서 알 수 있듯, 주민들이 생각하는 제기5구역의 정체성은 고대앞마을이다. 김성휘(·77) 씨는 사업명을 정하기 위해 주민회의를 열었을 때 주민들이 만장일치로 고대앞마을이란 이름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제기5구역은 성장부터 쇠퇴까지 본교의 영향을 받았다. 지금도 점심시간에 제기5구역의 식당과 카페를 채우는 것은 본교 구성원들이다. 이곳에 거주하는 학생들도 많다.

 주민들은 고대앞마을이란 이름답게 상생플랫폼이 학생들도 올 수 있는 장소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주민대표인 송경호(·60) 씨는 상생플랫폼에 학생들을 위한 도서관, 공부방을 마련하는 방안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제기5구역 주민이자 공간운영활동가인 한승숙(·60) 씨도 정문 앞에 상생플랫폼이 세워지고 학생을 위한 공간이 생기면 학교와 주민들이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주민들은 제기5구역을 살리기 위해서는 학교 당국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상생플랫폼 부지 문제가 대표적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지는 주민들이 현장거점으로 활용 중인 정문 앞 건물 부지와 바로 뒤편 제기동 137-61 부지를 합친 본교 소유의 땅이다. 현장거점 부지는 사립학교법의 제한을 받는 교육용 기본재산이다. 해당 부지는 교육에 직접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매각할 수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다. 이사회의결, 관할청(교육부·교육청) 허가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학교 측은 현장거점 땅의 경우 법적으로는 매각이 가능한 부지라며 하지만 예산을 집행하는 동대문구청에서 공식적으로 제의가 오면 그 때 검토해 볼 일이라고 말했다. 한승숙 씨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고려대학교와 우리는 이웃관계라며 고대앞마을을 살리기 위해 고려대학교와 함께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보성 green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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