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념기념삼성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 다양성, 고등교육의 미래 2019’ 강연이 21일 열렸다. 고려대 다양성위원회(위원장=민영 교수)1월에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개최한 공식 행사다. 행사에는 정진택 총장과 서울대 다양성위원회 홍기선 위원장을 비롯해 교수들과 학생 100여 명이 참석했다.

  강연자들은 입을 모아 대학에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성 수준이 높을수록 학내 구성원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다른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강연자로 나선 마동훈(미디어학부) 교수는 다양성이 곧 대학의 경쟁력이라는 것은 실증적으로 검증됐다대학은 다양한 구성원의 유연한 협업으로 학문적 성취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융합이 강조되는 미래사회에서도 다양성은 필수조건이다. 다양성을 갖춘 집단의 구성원은 계속 자신과 배경이 다른 사람하고 접촉하게 된다. 이를 통해 고정관념에 빠지지 않고, 다양한 학문 분야를 더 유연하게 받아들일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한국연구재단 노정혜 이사장은 공통된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 학문 분야에서 함께 노력하는 연구가 영향력이 더 큰 결과를 만들어 낸다이러한 융합 연구가 잘 이뤄지기 위해선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고려대 다양성위원회는 다양성을 구성하는 세 요소로 개방성, 포용성, 형평성을 꼽았다. 공동체의 개방성이 높을수록 구성원은 타인에게 열려있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한다. 구성원들이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수준이 높고 각자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끼면 포용성이 높은 것이다. 형평성이 높기 위해선 공동체가 구성원의 특성을 배려해 공정한 정책과 제도를 실행해야 한다. 고려대 다양성위원회는 다양성은 다른 사람과 나의 차이를 인정하고 타인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것으로 개방성, 포용성, 형평성이 중요한 요소라며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서 이 세 가지가 적절히 담보돼야 구성원의 발전과 대학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양성위원회가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이가 크지는 않았으나 학부생, 대학원생, 교수, 교직원 순으로 자기 집단의 다양성 수준을 높게 체감했다. 집단별로 세 요소 간에 차이가 있기도 했는데, 학부생의 경우 개방성 체감도는 높지만, 포용성 체감도는 비교적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원생은 포용성 체감도는 다소 괜찮으나 개방성 체감도가 떨어져 외부와 융합·소통하려는 자세가 더 요구됐다. 이외에도 교수진의 경우 포용성이, 교직원은 개방성과 형평성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본교에 다양성 관련 시설과 제도 등 환경은 잘 정비돼 있지만, 학교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다양성 실천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실제로 본교의 여성 출산·육아 휴직 제도는 국가 기준을 준수하고 있지만, 이용자는 거의 없다. 여성 교직원의 특성을 고려해 도입된 형평성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은국(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전 세계 국가 중에서 포용성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라며 고려대는 한국 사회에 비해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국제원격회의실 옆 열린도서관 앞에서는 다양성을 주제로 한 사진전이 열리기도 했다. 강연에 참여한 김정현(자전19) 씨는 다양성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이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어서 유익했다교수님들께서 각자의 전공 학문을 다양성과 연관 지어 설명해주신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맹근영 기자 mangr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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