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전 총장 염재호(정경대 행정학과) 교수의 정년퇴임 기념 특강이 20SK미래관 김양현홀에서 열렸다. 염재호 교수는 미래를 디자인하는 행정학의 여정을 주제로 행정학과 자신의 삶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했다. 강연장에는 김양현(행정학과 56학번)교우, 윤견수 행정학과장을 비롯한 학내외 인사와 학생 150여 명이 참석했다.

  1973년 본교 행정학과에 입학한 염재호 전 총장은 당시 행정학에 큰 뜻이 없었다. “제가 입학할 때는 행정학과가 법대 소속이었어요. 법대에 가면 많은 길이 열릴 거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행정학과에 입학했죠. 2년 정도는 데모하느라 거의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아주 낮았어요.” 염재호 교수는 뒤늦게 행정학 공부에 흥미를 느껴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그가 본교 대학원에 재학하던 1981, 고 최종현 SK 회장은 전국의 사회과학계열 대학원생 10명을 선발해 미국 유학을 지원했다. 염재호 교수도 이때 기회를 얻었다. “왜 공학도가 아니라 사회과학 전공자를 후원하는지 회장님께 여쭤봤어요. 회장님은 50년 후면 우리나라의 사회문제가 굉장히 복잡해질 거라며 사회과학 전공자들이 미래에 대비하도록 돕고 싶다고 답하셨어요.” 미국에서 정치학을 공부해서 돌아온 그는 오랫동안 행정학자의 길을 걸었다.

  “행정학은 디자인의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염재호 전 총장은 미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획을 디자인하는 학문이 행정학이라 정의하며, 행정학에 접근하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우선 연역과 귀납이 있는데,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사용해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선험적인 절대 가치를 이용해 새 이론을 정립하는 연역이 보편화된 방법이지만, 이거 하나만으로는 부족해요. 절대적으로 옳은 가치는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귀납이 필요해요. 보편적인 원칙과 다른 예외 사례가 발견되면, 연역에서의 절대 가치가 틀렸다는 걸 증명할 수 있죠.” 이 두 방법을 상호보완적으로 사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방안까지 설계하는 실천으로 나아가는 것이 행정학이라고 염재호 교수는 설명한다.

  염재호 전 총장은 강연 말미에 앞으로는 학문이 아닌 미래를 설계하며 살고 싶다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다들 존엄사 얘기는 많이 하는데, ‘존엄생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염 교수는 존엄한 삶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존엄하게 사는 건 결국 자유롭게 사는 거라 생각해요.” 그는 자유, 정의, 진리를 언급하며 가장 앞에 나오는 자유가 곧 존엄한 삶과 연결된다는 생각을 밝혔다.

  특강을 마친 뒤 염재호 교수는 가족들, 은사님들, 동료 교수님들께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특히 총장직에 있는 동안 헌신적으로 도와준 처장단과 교직원 선생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는 퇴임 소감을 밝혔다. 염재호 교수의 지도학생인 우모 씨는 직장이 부산인데 교수님의 퇴임기념 특강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늘 그렇듯 교수님의 철학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말씀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고채은(미디어18) 씨는 행정학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교수님께서 살아온 삶과 살아갈 삶에 대한 말씀도 함께 해주셔서 감동적이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김민주 기자 itzme@

사진두경빈 기자 hayab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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