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KU 락밴드 페스티벌은
교우 밴드들과 재학생 밴드가 어우러지는 행사였다

 

  1907년에 세워진 고려대학교 교우회는 112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끈끈한 결속력을 이어오고 있다. 33만 명에 달하는 교우들이 보여주는 모교사랑과 단합정신은 그 자체로 본교의 큰 자랑거리 중 하나다. 개인주의가 확산되는 2019년 현재, 교우회는 빠르게 바뀌는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젊은 교우, 더 나아가 재학생까지 참여하는 장을 만들어 한 걸음 더 도약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끈끈한 교우 문화의 계기, 입학 30주년 행사

  졸업 후 각자의 삶을 살아오던 교우들이 교우회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언제일까. 교우들은 개인의 인생주기에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안정된 지위를 얻게 되는 50대부터라고 말한다. 김경수(법학과 84학번) 교우는 “30대와 40대에는 먹고 살기 바빴지만, 50대는 자식들이 다 크는 등 여유가 생기는 때라며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기를 맞으면서 점차 모교와 동기들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이때 교우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계기가 되는 것이 1986년부터 시작된 입학 30주년 모교방문 행사다.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해당 학번의 교우들은 연초부터 발대식을 열고, 한 달에 몇 차례씩 모이며 행사를 기획하는 한편 동호회를 결성하는 등 다양한 친목 활동을 진행한다.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동기들끼리 함께 1년을 보내며 교우 문화에 대한 관심도 급증한다. 남궁명화(교육학과 89학번) 교우는 입학 30주년 행사 준비가 기점이 돼 모든 학과를 아우르는 동기회가 결성되고, 이와 관련한 여러 동호회도 활성화됐다교우회 행사를 갈 겨를이 없었던 예전과 달리 30주년에는 어느 정도 삶에 여유가 생긴 것도 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렇듯 끈끈하게 형성된 교우 문화는 교우들에게는 보람과 즐거움을 주고, 학교와 학생들에게는 든든한 후원자로 기능한다. 교우회보 보도에 따르면, 고려대학교 교우회는 올해 1학기와 2학기에 재학생 676명에게 2053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또한 교우들이 모교의 발전을 위해 모금한 후원금은 학교의 교육시설 건축과 학술상 제정 등 학교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장경호 교우회 사무총장은 학교의 발전을 위해 징검다리 돌을 놓아주고,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기회의 장을 마련하는 게 교우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교우와 재학생들의 관심 확충이 과제

  끈끈한 결속력을 자랑하는 교우회도 고심하는 과제가 있다. 바로 젊은 교우의 참여 확장이다. 현재 교우회는 70~80년대 학번 교우들에 비해 90~00년대 학번인 젊은 교우들의 참여율이 저조한 상태다. 대외협력부 신영수 주임은 재작년 참가한 단과대의 교우 행사에서 전체 테이블 중 90년대 학번이 모인 테이블이 단 하나뿐이었다신규 인원이 교우회에 유입되지 않는다면 조직은 노령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를 두고 1990년대 이후 달라진 대학 문화가 원인이라는 해석이 있다.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되면서 다른 대학 동문회와 마찬가지로 젊은 세대의 참여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대외협력부 유정복 차장은 집단 문화가 강조됐던 우리 사회가 변하면서, 결속력이 핵심 장점이었던 교우회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있다고 생각한다젊은 교우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그간 예비 교우가 될 재학생들과 교우회 사이의 접점이 없어 젊은 교우들의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졸업 이후에 특별히 찾아가지 않는 이상 교우회라는 조직에 대해 알게 될 기회가 별로 없다. 강동훈(국어국문학과 14학번) 교우는 학교를 다니면서 교우회에 참여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주변 친구들도 교우회의 존재는 알고 있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라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다수의 본교 재학생들은 교우와 교우회의 존재에 대해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한솔(문과대 사회18) 씨는 재학생과 졸업생의 접점이나 만남이 없다보니 교우회는 높고도 먼 존재처럼 느껴진다동기들도 교우들이나 교우회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우회는 재학생과 젊은 교우의 참여율 제고 방안을 고민 중이다. 장경호 사무총장은 지금까지는 교우회가 젊은 연령층이 부담없이 참여할 행사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젊은 세대들도 시간이 지나면 학교가 그리워질 텐데, 이를 위해서라도 젊은 교우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유정복 차장은 교우 문화는 고려대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므로, 젊은 연령층의 수요에 맞춰 한 단계 개선할 필요가 있다교우 행사에 재학생들을 초청하는 문화를 활성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행사로 전 연령층의 참여 확대해야

  결국 다양한 연령층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쉽고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문화행사를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김경수 교우는 교우들이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들면 교우들도 적극적으로 함께할 것이라며 이는 젊은 교우들과 부담없이 어울리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경호 사무총장은"젊은 교우가 참여를 하지 않는 것은 특정 계층의 탓이라기보다는 교우회가 좀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교우들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교우회보를 웹진으로 발행해 젊은 교우들과의 접점을 확대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우회 네트워크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교우들의 인적 정보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 33만 명에 달하는 교우들 중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등 연락처가 하나라도 있는 교우의 수는 18만 명 정도이지만, 이마저도 잦은 인적 정보의 변경으로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 인적 정보의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결국 교우들이 자발적으로 인적 정보를 갱신하도록 유인책을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교우회와 본교 대외협력처는 이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외협력부 측은 주차권 제공이나 학교 시설물 이용, 구글 계정 이용 등의 베네핏을 마련해 교우들이 자발적으로 인적 정보를 제공할 유인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우회는 교우에게는 마음의 고향에 와서 안정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장으로, 학생에게는 장학금 등 물적 지원뿐 아니라 선배들의 경험과 경륜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장경호 사무총장은 교우회가 생각하는 학생들은 단순히 후배가 아닌 식구라며 고연전 기간이 되면 자연스레 어깨동무하며 어울리듯 교우들을 편한 형, 멘토로 여겼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환 기자 ec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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